사진=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제공.
[인포스탁데일리=김근화 기자] 전기차 가격 인하 및 북미 신규 모델 출시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업계가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16일 증권가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의 올해 3분기 시장 컨센서스는 매출 6조7000억원, 영업이익 4200억원이다. AMPC(첨단제조세액공제) 4660억원을 제외하면 영업적자 460억원을 유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SDI (KS:006400)는 3분기 매출 4조5926억원, 영업이익 177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온은 이번 분기 역시 흑자 전환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위기다. SK온은 지난 2021년 출범 이후 11개 분기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배터리 업계는 업황 부진을 타개하고자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수익성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 (KS:373220)은 미국 에너지저장장치용(ESS) 배터리 공장 건설 착공을 중단하고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일부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의 미국 전기차 배터리 3공장 건설을 일시 중지하며 속도조절에 나섰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콜에서 "운영 효율성과 투자 유연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며 "전략적 우선순위를 고려해 신규 생산능력 확장 속도 조절과 함께 증설 규모 축소를 검토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삼성SDI은 중국 기업의 저가 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로 인해 편광필름 사업 매각에 나섰다. 매각 자금 약1조1210억원은 반도체·배터리 소재 및 OLED 등 차세대 소재 기술 개발을 위해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삼성SDI는 R&D(연구개발) 투자비용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지난 2022년 연구개발 비용은 1조763억원, 2023년은 1조1363억원이었으며, 올해 2분기까지는 6932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매출액의 7.2%에 해당하는 수치로, 지난해 5%보다 2.2% 증가했다.
SK온은 전기차 수요 침체로 켄터키주 제2공장 양산시점을 2025년에서 2026년으로 늦췄다. 또한, 지난 2021년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과 무급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기차 수요 둔화 장기화에 비용을 축소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신 BaaS(Battery as a Service) 사업과 ESS사업 등 일부사업에는 집중 투자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SK온은 BaaS AI 플랫폼을 통해 배터리 모니터링, 이상 감지 및 잔존가치 인증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이산화탄소 포집 분리막 등 Membrane 역량을 활용한 기술개발, 고체전해질을 포함한 차세대 배터리 소재 사업화 등 신규 사업 옵션 발굴을 지속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이차전지 업체들이 수요 변동에 맞춰 설비투자 속도를 조절하면서 재무여력을 확보하고, 이를 제품 다각화나 차세대 전지 및 소재 개발 등으로 융통성 있게 활용하면 수익성 약세 하에서도 신용도 하방 압력을 일정 수준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는 11월 예정인 미국 대선 결과로 인해 배터리 업계의 실적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당분간은 선택과 집중 전략이 지속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iM증권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친환경 정책 변화 가능성을 고려할 때 2025~2026년 국내 이차전지 셀, 소재 업체들의 뚜렷한 실적 회복 기대감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시적 수급 요인으로 인해 이차전지 업종 주가의 단기 반등세가 발생할 수 있지만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인해 그폭과 기간은 크거나 길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2026년 예상 실적 기준으로 적용 가능한 P/E 밸류에이션을 기존 25배에서 20배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김근화 기자 srmsgh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