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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고물가와 고금리, 주식시장 변동성이 겹치는 복합충격으로 가계·기업 등 민간부채 부실화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연구 결과가 5일 나왔다. 특히 올해 1분기 기업대출 연체율과 법인 파산 건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보다 두 배 이상 급증해 금리 인하를 통한 리스크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이날 발표한 '민간부채 부실화 위험 증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가계대출 연체율은 0.98%, 기업대출 연체율은 2.31%로 최근 10년 간 최고치를 찍었다.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987건으로 팬데믹 기간이던 2021년 1분기(428건)의 2.3배로 늘었다.
보고서는 경기 악화로 기업들이 실적 부진을 겪는 상황에서 고금리에 따른 상환 부담까지 증가하면서 민간부채의 연체율과 부도율이 동시에 급등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가계 취약차주 연체율과 한계기업 연체율은 각각 10.0%, 11.3%로 2020년 대비 2.3%포인트(p), 8.9%p씩 증가했다.
보고서는 고물가 장기화,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 금리 인상 영향이 중첩되는 '복합충격'이 민간부채 부실화의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한경연이 복합충격이 나타났을 때 연체율 변화를 계산한 결과 기업부채 연체율은 약 1.8%p, 가계부채 연체율은 약 1.0%p 늘었다. 특히 신용카드 연체율은 2.5%p, 기업부도율은 충격 발생 전보다 최대 4배 급등했다.
이승석 한경연 책임연구위원은 "복합충격 실증 분석 결과에 따르면 기업부채가 가계부채에 비해 연체율 상승폭이 크게 나타났고, 특히 기업부도율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업 부문이 가계에 비해 복합충격에 더욱 취약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 '민간부채 부실화 위험 증가와 시사점' 보고서 발췌(한국경제인협회 제공)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가 확대될수록 복합충격의 한 축인 주식시장 변동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채권 및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투자에는 금리차 확대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미 금리차 확대가 외국인 투자 유출을 부추긴다는 시장 인식과는 상반된 결과다.
한경연은 기준금리 인하와 민간부채 총량 관리를 통해 민간부채 리스크를 신속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년간 기준금리를 0.25%p씩 세 차례 인하할 경우 기업대출 이자 부담은 4조4200억 원, 가계부채 이자 부담은 4조5300억 원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 중 이자 부담 감소액은 한계기업 약 4000억 원, 취약가구 2400억 원으로 기대됐다.
이승석 책임연구원은 "한국경제의 리스크 완화를 위해 고금리 유지의 적절성을 합리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한미 금리차로 인한 급격한 자본유출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므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대출 부실화 방지를 위한 금리인하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금리 외에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민간부채의 총량 관리도 중요하다"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합리화나 대출 규모가 커질수록 낮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적용하는 차등적 LTV 등 여신제도 개선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