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Times -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붙은 부동산 매물정보. [사진=뉴스1]
[시티타임스=한국일반] 우리은행이 오는 9일부터 유주택자에 대한 수도권 전세자금대출(전세대출)을 중단하면서 대출 수요자들은 물론 은행권도 긴장 상태에 빠졌다.
전세대출이 필요한 유주택자들은 대출이 가능한 다른 은행을 찾아 나서겠지만, 쏠림을 막기 위해선 결국 우리은행의 대책을 따라가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유주택자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대출 중단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놓으면서 은행권에 미칠 파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9억 원 초과 주택 보유자의 전세대출을 제한하는 정책을 펼친 사례는 있지만, 은행이 자체적으로 전세대출의 문을 걸어 잠근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권은 우리은행의 이번 조치를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본다. 금감원은 지난달 27일 가계부채 관련 긴급 브리핑을 열고 4대 은행(국민·하나·신한·우리)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연간 계획 대비 150.3% 초과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은행의 경우 계획 대비 376.5% 초과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금감원은 연간 목표치를 맞추지 못할 경우 '평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낮추도록 지도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은행별 평균 DSR이 낮아지면 그만큼 은행이 취급할 수 있는 대출한도는 줄어들게 된다.
우리은행의 선제적 조치에 다른 은행들도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현재 은행권 상황을 고려하면 '릴레이 조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 7~8월 5대 은행은 무려 20여차례 이상 대출 금리를 인상하는 이른바 '금리 인상 릴레이'를 벌였다. 금융당국이 금리 인상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낸 지난달 21일 이후엔 △주담대 만기 30년으로 축소 △대출한도 축소를 위한 보험(MCI·MCG) 가입 제한 △ 조건부 전세대출 제한 등 조치가 릴레이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수요를 타 은행에 밀어내는 '폭탄 돌리기'가 벌어지고 있다고 표현한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옥죄기 정책'을 쏟아내는 것을 두고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책임을 은행에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당시 금융위는 지난 2018년 9·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의 신규 주담대를 금지했으나, 윤석열 정부의 금융위는 지난 2023년 "능력이 되면 집을 살 수 있게 해야 한다"며 해당 규제를 완화했다.
'오락가락 정책'이 오히려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고 있다는 비판에 현 정부는 '은행이 스스로 가계부채를 관리하라'는 방침을 정해둔 상태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8.8 부동산 대책에서도 금융 관련 대책은 빠져있었다. 정부 주도의 부동산 대책은 공급 위주로 마련했고 금융 관련 대책은 없다는 점도 강조했지만 정작 은행권 스스로 역대급 대출 옥죄기에 나서면서 '대출 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이 '과한 조치'를 쏟아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은행이 정부의 뜻을 확실히 따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유주택자 전세대출 제한'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 같다"면서 "결국 전세대출이 진짜 필요한 사람들은 피 말리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