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미국 뉴욕증시 급락에 한국 증시가 파랗게 질렸다. 코스피 지수는 역대 최대 낙폭인 9% 가까이 하락 마감했으며 코스닥 지수는 약 2년만에 700선이 무너졌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2일) 대비 234.88포인트(-8.77%) 하락한 2441.55선으로 마감했다. 이날 2% 넘게 하락하며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는 낙폭이 커지면서 오전 11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후에도 폭락세가 이어지면서 오후 1시56분에는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되는 상황에 처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5282억원어치를 기관은 2736억원 순매도했으며 개인은 1조700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날 코스닥 지수는 88.09포인트(-11.3%) 떨어진 691.24로 마감했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은 6785억원 순매도 한 가운데 외국인은 5445억원, 기관은 1178억원 순매수 했다.
코스닥은 11.3%(88.05) 폭락한 691.28을 기록하며 700선이 깨졌다. 코스피와 마찬가지로 오후 1시5분 사이드카, 오후 1시56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동반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건 역대 3번째다. 직전 사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20년 3월19일이다. 4년 5개월 만에 다시 대폭락 사태에 휩싸인 것이다.
코스피는 937종목 중 924종목, 코스닥은 1662종목 중 1635종목이 하락 마감했다. 이날 52주 최저가를 기록한 상장사는 코스피 426종목, 코스닥 1004종목에 달했다.
이날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폭락한 데에는 지난 주말 악화한 미국 증시 영향이 크다. 지난 주말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51%,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은 1.84%, 나스닥은 2.43% 하락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1% 하락한 3만9737.26에 거래를 마감했다.
S&P5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84% 밀린 5346.56에 마감했으며 나스닥 지수는 2.43% 떨어진 1만6776.16을 기록했다.
지난 1일 미국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 결과로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 이어 빠르게 식고 있는 고용시장이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든 것이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7월 실업률은 4.3%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이자 전월치인 4.1%를 웃도는 수치다. 또한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제 침체 우려와 함께 이날 예상보다 못한 실적을 공개한 아마존은 주가가 9% 가까이 급락했다. 인텔은 대규모 정리해고 여파까지 겹쳐 26% 폭락했다. 애플은 예상치를 웃돈 실적 덕분에 주가가 0.69% 오르며 급락장에서 선방했다.
미국발 악재에 지난 2일과 5일 2거래일 연속으로 한국 증시가 붕괴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주식 시장 소외)를 해소하기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이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나올 전망이다.
특히 정부 밸류업 최대 수혜주로 꼽혔던 금융주는 이날(5일) 모두 7% 이상 하락했다. 금융주가 7% 넘게 떨어진 것은 2020년 4월 이후 약 4년 4개월 만이다.
KB금융 (KS:105560) 주가는 전 거래일 보다 6400원(-7.69%) 떨어진 7만6800원, 신한금융지주는 4300원(-7.53%) 하락한 5만2800원, 우리금융지주는 1150원(-7.6%) 하락한 1만3980원, 하나금융지주는 5300원(-8.55%) 떨어진 5만67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발 불안으로 코스피가 2600선 밑으로 내려가면서 금융주에서도 대규모 차익실현이 일어났다"며 "은행들이 지금까지 제시한 주주환원 계획을 주가가 반영해 큰 폭으로 상승했기에 이제는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