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NASDAQ:NVDA)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 사진=연합뉴스
엔비디아가 악재의 연속이다. 시장 독과점 논란에 이어 차세대 AI 반도체 리스크까지 터지며 시장 전체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AI 버블 논란까지 벌어진 가운데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당장 주력인 차세대 AI 반도체인 블랙웰 B200 논란이 터졌다. 5일 정보기술(IT) 매체 디인포메이션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고객사인 마이크로소프트와 다른 1곳의 클라우드 업체에 블랙웰 B200 생산 지연 사실을 통보했다.
블랙웰은 현 시점 가장 높은 성능의 AI칩으로 평가받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반도체로, 지난 3월 엔비디아는 GTC(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B200이 연내 출시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논란은 생산 과정에서의 결함 때문이라고 디인포메이션은 소식통을 통해 설명했다. 이어 엔비디아는 현재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와 새로운 테스트 작업을 진행 중이며 내년 1분기까지는 이칩을 대규모로 출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디인포메이션은 전했다.
엔비디아는 다른 매체를 통해 블랙웰 생산이 하반기에 늘어날 것이라고만 밝혔다. 엔비디아 자체 결함 문제일 수 있으나, TSMC와의 전용 공정에서 리스크가 터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질 전망이다. 실제로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가 문제가 된 반도체를 수백억달러어치 주문해 놓고 있다. 이 때문에 실제 B200의 양산이 지연될 경우 하반기 엔비디아의 실적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논란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엔비디아가 미국 법무부로부터 반독점법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디인포메이션은 2일 미국 법무부가 AI 칩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경쟁 업체들의 신고를 접수했으며, 이에 대해 본격적으로 조사할 것이라 밝혔다. 구글에 이어 애플까지 미 당국의 반독점 심사를 받으며 크게 주춤이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AI 반도체의 '왕'인 엔비디아가 독점에 엄격한 미 당국의 타깃이 되며 엔비디아의 스텝이 꼬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AI 버블 논란까지 커지고 있다.
미 투자 전문매체 벤징가에 따르면 월가의 베테랑 투자자 에드 야데니는 최근 "AI가 제공하는 생산성 향상 가능성은 긍정적"이라면서도 "AI 현상에 거품이 부풀어 오르는 특징이 보인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무려 2만6000개의 AI 스타트업에 3300억 달러가 투자됐으며 이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2만350개의 스타트업에 투자된 2000억 달러와 비교하면 66% 증가한 수준이다.
지나친 투자에 따른 위험수위라는 진단이 나왔다. 야데니는 "문제는 많은 AI 신생 기업이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AI가 주도하는 랠리가 현재 수익보다는 기대감에 힘입은 바가 크기에 업계 수익이 빠르게 고갈될 경우 도미노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 자체의 잠재력은 인정하지만 지금 그 기능과 영향력이 지나치게 '뻥튀기'됐으며, 쩐의 전쟁에 따른 파괴적 후폭풍을 걱정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직 AI 버블이 완전한 현실이 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요 빅테크들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동원해 AI 투자에 나서며 위험한 후폭풍이 시작될 것이라는 경고음은 여전히 커지고 있다. 현재 구글과 메타 등 주요 빅테크들의 주가가 추풍낙엽으로 떨어지고 있는 배경이다. 그 연장선에서 AI 반도체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