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타임스=인도/아시아] 집값이 비싼 싱가포르에서 공공주택을 신청하기 위해 커플들이 결혼을 서두르는 경향이 생긴 가운데 이혼율도 높아지는 추세가 관찰됐다고 블룸버그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가 취재한 세레나 웡과 그녀의 남자치구는 두번째 데이트에서 아파트를 언제 살 것인지 의논했다. 싱가포르에서 젊은 커플들에게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6개월 후, 두 사람은 싱가포르의 공공 주택 아파트를 신청하고 10개월간 여러 번 추첨에 참여한 끝에 퀸스타운 중심부의 방3개짜리 아파트 한 세대를 배정 받았다. 보증금은 4만 싱가포르달러였다. 이와 비슷한 주택은 보통 62만 싱가포르달러에 시장에서 판매된다. 웡은 “우리는 결혼을 염두에 두고 있긴 했지만 주택 가격 때문에 일이 훨씬 더 빨리 진행됐다”고 말했다
새 아파트를 오래 기다려야 얻을 수 있는데다 생활비까지 상승하면서 싱가포르 시민들은 연애 초기부터 인생과 돈에 대한 장기적인 결정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당국이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고안한 이 정책은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싱가포르 젊은 층의 혼인률이 증가하고 있긴 하지만 이혼률 또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의 집권 정당은 전세계가 부러워하는 공공 주택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이 섬나라의 주택 소유율은 90%에 육박하며, 410만명의 시민과 영주권자 중 4분3 이상이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급하는 주택개발청(HDB)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대부분 아파트가 넓고 잘 관리되어 있고 위치도 좋다.
싱가포르 시민은 저렴한 새 아파트 구입이 가능하고 정부에서 넉넉한 주택 보조금도 받을 수 있지만, 35세 미만은 약혼, 결혼을 했거나 자녀가 있는 사람, 혹은 다른 가족 구성원과 함께 신청하는 경우만 가능하다.
이에 싱가포르의 젊은이들은 파트너에게 제안을 해서 아파트가 지어지기 몇 년 전 20%의 계약금을 내고 아파트를 분양 받는다. 그러나 파트너의 마음이 바뀌거나 헤어지면 돈을 날릴 수도 있다. 공공 주택을 분양 받으려면 부부 합산 월 소득이 1만4천 싱가포르달러 이하여야 해서 더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지난 12월 55만 싱가포르달러짜리 아파트를 분양 받은 25세의 회계사 필리스 쿰은 “소득이 늘어나면 신청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쿰은 2022년 6월 만난 남자친구에게 일찌감치 주택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싱가포르국립대학교의 교수 4명이 최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01년 싱가포르가 선분양 후 주택을 건설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한 후 이것이 확대된 2011년경 부터 결혼과 이혼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부터 2014년까지를 분석한 결과 25~29세 여성의 혼인율은 45%에서 60%까지 상승했다. 30~34세의 남성 혼인율은 22%에서 37%로 올랐다.
그러나 향후 5년 동안 30~34세 여성의 이혼율이 4%에서 7.2%로, 35~39세의 남성 이혼율이 3.5%에서 6.3%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주택 제도가 결혼 결정을 서두르게 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신규 공공주택 아파트 구매자는 5년 동안 아파트를 팔 수 없다. 최소 거주 기간이 끝나기 전에 이혼하면 손해를 보고 정부에 아파트를 되팔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부부는 집을 팔 수 있을 때까지 같이 살기로 합의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PKWA 법률사무소의 부대표인 도로시 탄은 이혼 소송 고객의 평균 연령이 점점 어려지고 있으며, 20대 초반의 고객도 있다고 말한다. 탄 부대표는 주택 개조 공사 비용이 일부 부부에게 재정적 부담을 주는 바람에 “결혼 생활이 파탄에 이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