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탁=김효진 기자] 국내 반도체 팹리스 업체 파두가 설립 8년 만에 상장에 시동을 건다. 최근 스타트업들이 투자한파로 위기를 겪고 있는 시기에 파두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으로 등극하면서 존재감을 크게 어필한 회사다.
높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빅테크들을 전방 고객사로 확보하고 지난해부터 매출과 이익이 동반 급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주력 사업분야인 데이터센터용 SSD성장성이 풍부하다는 점도 투심을 자극할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일각에서는 사세를 확장하고 있는 파두가 2조원에 이르는 몸값을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5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파두는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해 최근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상장예비심사 기간과 공모절차를 감안하면 하반기 상장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이번에 상장예정주식 수의 13%인 625만주를 공모할 예정이다. 기업규모가 큰 만큼 상장업무는 2곳의 증권사가 맡고 있다. NH투자증권이 대표 주관사를 맡았고, 한국투자증권은 공동 주관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파두는 지난해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2곳의 평가기관에서 각각 AA와 A등급을 받았는데, 이는 팹리스 기업들 중 가장 높은 성적표다.
2015년 설립된 파두는 서울대 공대 '메모리 및 스토리지 구조연구실'의 석박사 출신 연구원들을 주축으로 설립된 회사다. 대표이사는 경영과 연구개발 분야로 나눠 투톱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효 대표는 서울대 공대 학부및 석사 출신으로 글로벌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정보통신 및 테크놀로지 분야를 이끌었다. 기술책임을 맡고 있는 남이현 대표는 서울대 학부 및 석박사를 마친 후 SK텔레콤 융합기술원에서 반도체 연구원으로 근무한 바 있다.
파두는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콘트롤러를 주력으로 제조하고 있는 회사다. SSD는 최근 데이터의 범람 속에서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를 대체해 가면서 주력 저장장치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낸드플래시 메모리로 저장하기 때문에 HDD대비 전력소모가 적으면서도 속도가 더 빠르고 진동이나 충격을 견딜 수 있는 내구성 측면에서도 강점을 가지고 있다.
두뇌역할을 하는 콘트롤러는 SSD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경쟁력이다.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영역이지만 매우 고난이도 기술에 해당한다.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도 콘트롤러를 독자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파두는 리스크파이브(RISC-V) 오픈소스를 활용해 NVMe 기반 SSD 컨트롤러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파두는 데이터센터용 SSD컨트롤러와 함께 이를 탑재한 SSD 제품군을 개발했다. 2018년 1세대 SSD 컨트롤러를 선보인 후 지속적으로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다. 높은 성능과 저전력 등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면서 미국의 데이터센터와 메타 등의 빅테크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양산이 본격화되면서 지난해 매출도 10배로 불어났다. 매출은 500억원 후반대를 기록해 전년 51억원에서 수직 상승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337억원의 적자에서 40억원 수준의 흑자로 전환됐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올해 실적성장이 가속화될 것을 대비해 직원도 230여명으로 확충했다. 6개월만에 50명이 늘어난 셈이다.
향후에는 SSD 컨트롤러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 프로세싱, 파워솔루션 제품 등 데이터센터향 반도체 제품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대용량 데이터 및 클라우드가 시장을 견인하면서 국내 데이터센터는 오는 202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16%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파두의 IPO는 몸값도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파두는 올해 2월 120억원 규모의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에 성공하면서 유니콘 기업의 지위에 올랐다. 책정된 몸값은 1조800억원이다. 기존 투자자인 포레스트파트너스가 후속투자를 단행했고, 위드윈인베스트먼트, IBK캐피탈은 신규 투자자로 합류했다. 시장에서는 실적성장이 가시화되면서 올해 2조원에 이르는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실화될 경우 2016년 시드투자 당시 책정됐던 기업가치(약 540억원) 대비 시장가치가 수 십배로 오르게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