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시리즈 협동로봇. 사진=두산로보틱스
[더스탁=김효진 기자] 두산로보틱스가 주관사 선정을 마무리짓고 기업공개(IPO) 프로세스에 본격 뛰어든다.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두산로보틱스는 산업의 성장성이 큰데다 몸값이 조(兆) 단위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시장의 관심이 모일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최근 로봇주가 좋은 기류를 타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협동로봇에 주력하고 있는 두산로보틱스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5위권 이내로 파악된다.
9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IPO 대표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낙점했다. 공동주관사에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 크레디트스위스(CS)가 선정됐다. CS는 외국계 증권사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두산로보틱스는 앞서 국내외 증권사에 입찰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이후 이달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개최하고 각 하우스의 IPO전략을 토대로 이번에 주관사를 5곳 선정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기업공개 시장에 뛰어든 만큼 두산로보틱스가 이르면 연내 상장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15년 설립된 두산로보틱스는 국내 협동로봇 최다 라인업을 확보하고 있는 회사다. 독자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2018년부터 국내 협동로봇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High Power H-SERIES를 비롯해 현재 제품군은 10개에 이르고, 이 로봇들은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2021년에는 국내 로봇기업 최초로 협동로봇 연간 판매량 1000대를 돌파했으며, 2022년에는 연간 판매량이 1400대에 이른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두산로보틱스는 매출의 70%가량을 해외에서 내고 있다. 주요 지역은 유럽과 북미다. 글로벌 시장점유율 순위는 5위권 이내로 파악되지만 점유율은 5% 수준으로 그리 높지 않은 수준으로 파악된다. 다만 두산로보틱스가 지속적으로 외형을 키워오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간 전쟁 여파 및 경기둔화로 지난해 글로벌 협동로봇 업체들의 성장세가 더뎌진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북미시장이 실적을 견인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두산그룹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73억원이던 매출은 지난 2021년 370억원으로 확대됐고, 지난해에는 450억원가량을 올렸다. 지난해 매출성장률은 21.6%다. 같은 기간 글로벌 1위기업 유니버설 로봇의 성장률이 7% 수준에 그친 것에 비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올해는 북미 지역에서 점유율을 더욱 확대하는 한편 고부가 가치 솔루션을 개발해 전년대비 3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한다는 전략이다.
협동로봇 시장의 성장성도 뒷받침되고 있다. 협동로봇은 일반적인 산업용 로봇과는 달리 안전장치가 내장돼 있어 작업자와 같은 공간에서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이다. 노동인구 감소, 로봇기술의 진화 등을 바탕으로 향후에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2020~2025년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40% 이상을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두산로보틱스가 1조원 이상의 밸류를 인정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로봇주들이 강력한 랠리를 펼치면서 두산로보틱스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형국이다. 매출규모가 두산로보틱스의 절반을 밑도는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현재 시가총액이 1조 6000억원을 넘기면서 시장에서 로봇테마를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초 지분투자를 단행하면서 성장성이 더욱 부각됐다. 여기에 지난해 상장에 성공한 뉴로메카도 올해 150%가량의 주가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다만 올해 대어급 IPO들이 철저하게 소외되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두산로보틱스가 성장성을 무기로 높은 밸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두산로보틱스의 최대주주는 두산으로 지분 90.9%를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2021년말 프리IPO를 추진해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와 한국투자파트너스로부터 4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