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그룹 계열사 '밀리의 서재'가 코스닥 상장 일정을 잠정 연기한다. 증시 부진으로 공모주 시장의 기대감이 줄어든 가운데 공모가에도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IPO(기업공개) 일정을 미룬 것이다.
13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밀리의 서재는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 IPO 절차에 착수했다. 오는 25일 수요예측을 시작으로 이달 31일부터 내달 1일까지 일반청약을 진행한 뒤 11월 중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IPO 시장의 부진으로 적정가치를 평가받을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일정을 연기했다.
앞서 상장 주관사 미래에셋증권은 이익미실현 특례(테슬라 (NASDAQ:TSLA) 요건) 방식을 활용해 밀리의 서재 상장 절차를 밟았다. 테슬라 요건은 적자를 낸 기업이라도 양호한 영업이익과 인지도를 보유한 기업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다.
밀리의 서재 공모가액을 선정하는 방식으로는 주가수익비율(PER)을 선택했다. 밀리의 서재는 몸값 측정을 위해 키다리스튜디오, 디앤씨미디어, 미스터블루 3개사를 피어그룹(유사기업)으로 선정했다. 3곳의 PER은 키다리스튜디오 34.88배, 디앤씨미디어 33.87배, 미스터블루 15.19배다. 이 3개 값을 합산해 27.98배의 평균 PER을 계산했다. 실적 대비 주가가 고평가 돼있는 키다리스튜디오와 디앤씨미디어를 비교 대상으로 꼽으면서 30배에 육박하는 PER을 산출했다.
통상 이익이 발생하지 않은 기업들은 PSR(주가매출비율)로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PSR은 주가를 주당 매출액으로 나눈 것으로 기업의 성장성에 무게를 두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주식을 발굴하는 데 이용된다. 하지만 밀리의 서재는 지난해와 달리 이익이 나지 않은 기업에 대한 IPO 시장의 평가가 깐깐해진 점을 우려해 PER 방식의 밸류에이션 방식을 선택하며 실적 반등에 자신감을 보였다.
밀리의 서재는 2025년까지 연 평균 15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도별 순이익 추정치는 2022년 134억원, 2023년 130억원, 2024년 173억원, 2025년 175억원으로 각각 산정했다.
회사는 일반 구독자 수 급증에 따른 순이익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KT 계열사인 지니뮤직은 밀리의 서재 지분 39%를 보유하고 있다. KT 계열사 인수 이후 밀리의 서재 누적 회원수는 2019년 기준 200만명에서 올해 8월 기준 약 550만명으로 증가했다. B2B(기업 대 기업 거래) 회원도 증가 추세다. 밀리의 서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기업 수는 2019년 30개사에서 올해 8월 기준 약 190개사로 늘었다.
다만 증시 침체로 올해 IPO 기대주들이 잇따라 부진한 성적을 거두면서 올해 상장 예정이었던 대어급 기업들도 상장 시기를 미루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적정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단한 밀리의 서재 역시 IPO 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생각하는 기업가치와 투자자들이 평가하는 가치 사이의 괴리가 올해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IPO 대어들이 줄줄이 흥행에 참패하는 점도 IPO를 준비 중인 기업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