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고 유가증권 상장을 추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 작년 연간치의 2배가 넘는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큰 폭의 이익성장을 지속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하지만 증시 불안정 등 자본시장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이고 특히 직접적인 비교대상이 될 카카오뱅크가 작년 상장 이후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타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케이뱅크가 연내 상장을 무리하게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0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이날 한국거래소는 케이뱅크에 대한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 결과 상장 적격으로 결론을 내렸다. 케이뱅크는 연초 NH투자증권과 JP모건·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대표 주관사 자리에 앉히고 상장을 준비해 왔으며, 이후 지난 6월 30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케이뱅크는 2016년 설립된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설립 초기 대주주 적격성 문제 등으로 자본 확충에 실패하면서 성장에 제동이 걸렸었지만 이후 KT 자회사인 BC카드를 최대주주로 맞이하고 자본확충에 성공하면서 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다.
회사는 지난해 확실한 변곡점을 맞이했다. 순이익 224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연간기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지난해 2배 수준인 457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성장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케이뱅크 측은 상반기 실적에 대해 외형 면에서는 고객 수와 여·수신 등이 지속적으로 성장했고, 수익 구조 면에서는 대출 포트폴리오 확대와 수수료 수입 다각화로 한층 더 균형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국내 대표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와 실명계좌 제휴를 하면서 수신기반을 크게 확대했다. 이를 토대로 케이뱅크 고객 수는 2020년말 219만명에서 지난해 말 기준 715만명으로 점프했다. 다만 여신규모가 크게 증가하지 못해 수익성 악화 우려가 있었는데, 올해 상반기 수신기반을 유지하면서 여신규모를 끌어올린 점이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여신잔액은 지난해 말 7조9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8조7300억원으로 증가했다.
수신기반에 업비트 의존도가 높은 점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케이뱅크는 업비트 의존도를 낮추고 수신 라인업을 다양화하기 위해 플러스 박스, 챌린지 박스 등 자체 수신 상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독립리서치 법인인 리서치알음은 “케이뱅크의 1분기 수신잔고 증가율은 지난해 말 대비 2%에 그치며 업계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2분기 업비트 거래액이 261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36.4% 감소했는데도, 케이뱅크의 2분기 수신 잔고는 12조 1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0.4% 증가했다. 현재 케이뱅크가 업비트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경쟁력을 확보해 나아가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상반기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기업공개에 대한 케이뱅크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이번 IPO에서 시장의 주요 관심사는 공모시점과 밸류에이션이다. 투심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높은 밸류에이션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케이뱅크가 곧바로 공모절차에 돌입하기 보다는 내년으로 미룰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케이뱅크는 내년 3월까지 상장을 마치면 된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KT 경영진의 상장 목표 시가총액과 투자가들의 적정 시가 총액의 괴리가 크다. 여기에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고, 성장주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케이뱅크가 연내 IPO를 추진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점은 케이뱅크의 밸류에이션에 부담이다. 지난해 8월 코스피에 상장한 카카오뱅크는 상장 초기 시가총액이 30조원을 돌파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한껏 받았지만 현재는 12조원까지 줄어들었다. 최근 장외시장에서 케이뱅크의 주가도 크게 하락해 시가총액이 4조원 중반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더스탁에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높은 밸류에이션을 적용 받기 위해서는 플랫폼 역량 강화 등 전통은행과 차별화될 수 있는 성장성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