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업체들이 IPO시장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가 지난달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데 이어 이번엔 오아시스가 두 번째 타자로 등장했다. 오아시스는 온오프라인 연계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으며, 10여년간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세일즈 포인트를 가지고 있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이날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회사는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상적인 상장예비심사 기간을 넘겨 결과를 통보받는 기업들이 최근 늘고 있어 상장은 내년 상반기에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컬리는 예비심사를 통과하기까지 무려 5개월이 걸렸다. 오아시스의 상장 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맡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6월 추가로 주관사단에 합류했다.
투자은행업계는 회사 측에서 상장 밸류로 1조원에서 1조2000억 수준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오아시스가 최근 전략적 투자자들을 맞이하면서 받았던 기업가치와 유사한 수준이다. 회사는 지난 2월 홈앤쇼핑으로부터 100억원을 투자 받으면서 1조200억원의 몸값을 인정받았다. 이어 지난 6월 모기업인 지어소프트가 오아시스의 지분 3%를 이랜드리테일에 넘길 때는 1조10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가 책정됐다.
오아시스는 10여년간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점에서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이커머스 업체들이 적자의 늪에 허덕이고 있고, 특히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새벽배송 업체의 경우 이익을 내기에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하지만, 오아시스는 온라인 시장에 진출한 2018년 이후에도 지속적인 흑자를 내고 있다. 2020년에는 10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흑자를 냈다.
다만 지난해의 경우 매출액 3569억원에 영업이익 57억원을 냈는데, 전년 대비 매출은 49.6% 커졌지만 영업이익은 41.3% 감소했다. 신규매장 증가와 물류시설 확충에 따른 비용증가가 원인이지만,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는 점에서 일각의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매출 2024억원에 영업이익 72억원이라는 호실적으로 이 같은 우려를 해소했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더스탁에 "최근 급격한 유동성 축소 기조에 공모시장의 관심이 내실 없는 외형성장 보다는 수익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전반에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상당히 떨어진 데 반해 오아시스의 경우 장점이 부각될 수 있는 공모환경이 조성됐다고 볼 수 있다. 합리적인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제시한다면 IPO시장에 대한 관심도를 높일 수 있는 딜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2011년 설립된 오아시스는 친환경 유기농 신선식품을 주력으로 하는 온오프라인 유통 및 물류회사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오프라인 매장 수는 60개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며, 이커머스 부문은 오아시스마켓이라는 브랜드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영위하고 있다.
오아시스는 설립 초기부터 온라인 중심인 업체들과 달리 생산자와 직거래 시스템을 통해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해왔다. 친환경 유기농 농축산물을 유통 단계 없이 생산지 가격으로 공급 중인데, 생협을 운영했던 인력들이 주축이 되어 사업을 진행했던 덕분에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상품을 소싱할 수 있는 공급자 네트워크를 확보하기에 유리했다는 평가다.
회사는 이후 오아시스마켓 브랜드를 통해 2018년 온라인 플랫폼에도 뛰어들었다. 다소 늦은 시기에 이커머스 시장에 발을 들였지만 모회사인 지어소프트의 IT기술력이 결합되면서 ‘새벽배송 3사’로 빠르게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오아시스마켓은 친환경 유기농 식품에 대한 수요 급증, 온라인 장보기 시장 활성화 등을 기반으로 오아시스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온라인 맘카페 등 커뮤니티 입소문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데, 온라인 회원 수는 올해 100만명을 돌파했다. 오아시스마켓이 오픈한 지 2년여만인 지난 2020년에는 온라인 매출액이 오프라인을 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온라인몰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배경으로는 오프라인 매장과 시너지를 빼놓을 수 없다. 오아시스는 온라인 재고 발생시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를 소진할 수 있고, 반대로 온라인 재고부족시 오프라인 매장에서 재고를 채울 수 있는 옴니시스템을 만들어 효율적인 재고 시스템을 구축했다.
흑자를 내는 요인으로는 물류 IT시스템도 빼놓을 수 없다. 오아시스는 지어소프트가 개발한 ‘오아시스루트’를 도입해 물류 최적화를 이뤘다. 오아시스루트는 소비자 주문 내용과 상품위치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의 동선을 제공한다. 통상 새벽배송 업체들은 작업자 동선을 줄이기 위해 냉동, 냉장, 상온 물류센터를 별도 운영 중인데, 오아시스마켓은 이와 달리 물류센터 한 곳에서 이를 소화해 물류비용을 최소화했다.
오아시스는 내실 중심의 사업을 펼쳐왔지만, 향후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외형확장 전략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여타 이커머스 업체들 대비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다는 점을 오아시스마켓의 약점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회사는 비식품군 카테고리 확대와 오프라인 점포 확장, 풀필먼트 및 퀵커머스 사업 진출 등을 통해 ‘성장’에 대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