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식품 플랫폼 업체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가 5개월만에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코스피 상장을 향한 첫번째 산을 넘으면서 이커머스 국내상장 1호 타이틀을 쥘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하지만 상장예비심사까지는 문제를 잘 풀어냈어도, 이후 상장 완주까지 난코스가 예상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이커머스 업계에 대한 성장 기대감이 예전 같지 않고, 컬리는 줄곧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코스피에 입성한 쏘카의 성적표까지 투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컬리가 본게임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를 잘 풀어내고 시장에 무난히 입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2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로부터 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승인받았다. 시기상 상반기 실적 및 재무 현황을 검토하고 승인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심사기간이 통상적인 수준의 2배로 길어졌는데, 지속적인 투자유치로 인해 김슬아 대표의 지분이 5.75%까지 낮아진 탓에 경영안전성 문제가 지적됐기 때문이다.
앞서 거래소는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 재무적 투자자들의 보호예수 등 일반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요구했는데, 컬리가 재무적 투자자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확약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심사기간이 길어졌다. 이와 관련해 컬리는 20% 이상의 지분에 대해 공동경영권을 행사하겠다는 약정과 함께 주요 주주들의 보호예수 기간을 설정한 확약서를 거래소에 제출했다.
현재 컬리의 주요주주는 힐하우스캐피탈(11.89%), 세콰이어캐피탈(10.19%), DST글로벌(10.17%), 아스펙스캐피탈(8.48%), 오일러캐피탈(6.73%) 등으로 대부분이 외국계 FI(재무적 투자자)들이다.
컬리는 새벽배송에서 브랜드 인지도, 높은 고객 충성도, 콜드체인 배송시스템 및 맞춤형 상품 큐레이션 전략 등의 강점을 바탕으로 몸집키우기 전략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규모를 키워도 영업적자가 심화되고 있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컬리는 지속적으로 거래액을 늘리며 매출을 확대해왔는데, 지난해에는 거래액이 2조원을 돌파했고, 매출은 1조5614억원으로 1조클럽에 진입했다. 하지만 변동비가 높아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했다. 2016년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 영업적자는 5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현재 IPO 시장은 수익성은 뒤로한 채 외형확대에 골몰해 온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투심이 냉랭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IPO시장은 밸류에이션에 대해서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올해 고평가 논란에 상장을 철회하거나 수요예측 과정에서 몸값이 많이 깎여 상장에 가까스로 성공한 기업이 여럿이다. 컬리는 지난해만 해도 예상 몸값이 6조원 수준까지도 거론됐는데, 현재는 2조원 안팎까지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장외시장에서 기업가치도 2조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상장을 앞두고 지난해 말 2500억원의 자금을 유치한 프리IPO에서 4조원의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에 최근에 주주로 합류한 투자자들은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장 관계자는 더스탁에 “금일 상장한 쏘카는 유니콘 지위를 내려놓을 정도로 몸값을 낮추면서 코스피 입성이 가능해졌다. 밸류에이션을 낮췄는데도, 상장일 주가흐름마저 좋지 못했다. 적자 플랫폼에 대한 악화된 투자심리를 확인한 이상 컬리 입장에서도 상장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몸값을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밸류에이션을 놓고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공모주 투자자들과 FI들을 모두 설득해야 하는데, 일부 FI의 경우 지분가치가 반토막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FI들이 낮은 공모가를 수용할 것인지에 상장 여부가 달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누적 적자로 인한 곳간 사정과 인프라 확충에 대한 추가투자가 필요한만큼 컬리가 어떤 식으로든 상장을 강행하려 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컬리는 실제 공모 성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형국이다.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회사는 이례적으로 주요주주 뿐만 아니라 1% 이상을 보유한 주주들에게도 상장 후 일정기간 보호예수를 요청했다.
컬리는 그동안 연내 상장의지를 피력해 왔다. 하지만 예심통과 후 곧바로 공모에 돌입할 지는 미지수다. 시장이 불안정한 만큼 최적의 시점을 찾기 위해 상장시기를 면밀히 저울질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예심을 통과한 후 6개월안에 상장절차를 마치면 되기 때문에 아직은 시기적으로 여유가 있다.
한편 올해 새벽배송 3총사를 포함해 CJ올리브영까지 유통업계 IPO가 활발할 것으로 관측됐지만 현실은 예상을 빗나가고 있다. SSG닷컴과 오아시스는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현재까지 제출하지 않았고, 앞서 예비심사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됐던 CJ올리브영은 몸값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는 상황에 굳이 상장을 강행하지 않겠다며 시장에서 일단 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