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삼수에 나섰던 현대오일뱅크가 코스피 상장 계획을 접었다. 지난 6월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고 4분기 상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전격 철회를 결정했다. 증시침체에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다.
21일 현대오일뱅크는 공시를 통해 전일 이사회를 열고 IPO 철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국내 주식시장 상장추진을 위해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는 등 상장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해왔으나, 최근 주식시장 등 제반 여건의 악화 등에 따라 당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을 고려해 상장추진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철회는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2012년 첫번째 상장을 추진했는데 업황 악화로 상장계획을 접었다. 이어 6년여만인 지난 2018년 재도전에 나섰다가 회계감리 강화 영향으로 IPO 계획을 철회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세번째 IPO에 도전했는데 올해 6월 6개월여 만에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이번에는 유가 고공행진으로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되면서 하반기 IPO 기대주로 주목을 받아왔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20조6066억원에 영업이익 1조1424억원을 거두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고, 올해 1분기에도 매출액 7조2426억원에 영업이익 7045억원으로 실적개선 기조를 지속했다.
하지만 탄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증시침체를 이유로 결국 세번째 상정철회를 결정했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코스피지수가 올해 들어 20% 넘게 하락하며 맥을 못추고 있고, 발행시장인 IPO 시장도 부진한 상황이 이어지자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미래 친환경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바이오연료 사업, 플라스틱 재처리사업, 블루수소 사업 등에 대한 로드맵을 마련했다. 바이오 연료사업은 1단계로 내년 초임계 바이오디젤을 생산하고, 2단계 차세대 HVO(Hydrotreated Vegetable Oil) 공장 건설을 통해 바이오 연료 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폐플라스틱 재처리 사업은 지난해 11월 국내 정유사 최초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도입해 처리에 성공하고 올해 1월 친환경 제품 생산자격인 ISCC 인증을 취득해 사업의 토대를 마련했다. 블루수소 분야도 사업 진출을 위해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는 이번에 IPO는 철회하지만 미래 성장동력인 해당 사업들은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실적개선으로 재무상황이 여유롭기 때문에 IPO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신사업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올해 IPO시장은 대어급 기업의 상장철회가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앞서 상반기에는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등의 상장이 무산됐다. 이들 기업은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이 좌절됐지만, 현대오일뱅크는 상장예비심사 통과 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수요예측 전에 상장계획을 접었다는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