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멥스젠 홈페이지
전세계적으로 연간 5억 마리의 동물이 신약개발 임상심험에 희생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외에서 비윤리적인 동물실험을 대신할 수 있는 대체시험법 개발 및 관련 투자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인체 내 복잡한 생리현상을 재현하고, 실험결과를 정확히 예측·분석할 수 있는 '생체 모사 장기칩(Organs-on-chips)'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생체 모사 장기칩'은 생체 조직의 미세 환경을 마이크론(μm·100만분의1m) 크기의 정밀 구조물로 구현, 칩에서 세포를 배양해 생리적 유사성이 우수한 인공장기 모델을 만드는 첨단 기술을 말한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이를 기반으로 하는 제품들이 이미 출시됐고 제약사와의 협업을 통해 신약개발에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 네스터'에 따르면 세계 장기칩 시장규모는 2020년 약 3000만 달러에서 2030년말 7억7000만 달러(약 1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2021~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도 36.54%에 달할 전망이다.
첨단 의약 제품 및 화장품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국내에서도 바이오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동물실험을 대체할 장기칩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11일 스타트업 정보 플랫폼 '더브이씨(THEVC)' 등에 따르면 인간 장기칩 개발 스타트업 '멥스젠(대표 김용태)'은 이날 한국산업은행과 동아쏘시오홀딩스, 코오롱인베스트먼터, 키움증권 등으로부터 104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유치로 멥스젠의 총 투자유치액은 186억원이 됐다.
멥스젠은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교수인 김용태 박사가 2019년 설립한 장기칩 개발 스타트업이다. 김용태 대표의 지도 교수였던 MIT 공과대학 명예교수이자 바이오텍 창업으로 유명한 로버트 랭거(Robert Langer) 박사가 지분투자와 동시에 회사 고문을 맡고 있다.
동물실험 기반의 신약개발 과정은 성공률이 매우 낮다. 임상실험에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들어가는 데다 동물학대 생명윤리 논란까지 피할 수 없다. 특히 알츠하이머와 파킨스병과 같은 고도의 뇌기능 관련 질병의 연구와 치료약 개발에는 동물실험 방식이 한계가 분명하다.
멥스젠이 개발한 '인간 뇌혈관벽 모델 바이오칩'은 뇌혈관벽을 그대로 모사한 장기칩으로 중추신경계로의 약물 전달을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은 치료 약물이 뇌혈관 장벽을 얼마나 통과할 수 있느냐가 치료의 관건인데, 멥스젠의 장기칩은 이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알츠하이머의 경우 0.8%에 불과하던 임상 성공률을 15~20%까지 올릴 수 있으며, 신약 개발 비용도 4분의 1가량 줄일 수 있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김용태 멥스젠 대표는 향후 계획과 관련, "생체 모방기술과 미세 유체공학 기술을 적용한 혁신적인 인체 모델 중심 신약개발 플랫폼을 창출해 기존 동물실험의 한계를 극복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투자 유치로 알츠하이머 등 퇴행성 뇌혈관 치료제 개발과 양산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고 더스탁에 밝혔다.
바이오 스타트업 '에드믹바이오(대표 하동헌)'은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기반으로 장기칩(organ-on-a-chip)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에드믹바이오는 3D바이오프린팅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포스텍 조동우 교수 연구실에서 2019년 스핀오프한 업체다. 에드믹바이오는 장기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손톱 크기의 소형 3D 장기칩을 제작, 인체 내 장기와 유사한 환경에서 신약 후보 물질의 효능과 안전성을 테스트한다. 이를 위해 에드믹바이오는 3D 바이오프린팅 기술, 바이오잉크 기술, 미세 유체 기술 등에 대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투자사인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이하 DHP)와 팁스, 포항공대 기술지주 등으로부터 12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A 투자를 받아 연구개발과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동물실험 금지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은 2018년 캘리포니아주가 미국 최초로 화장품 안전성 시험을 위한 동물실험을 금지했고, 2019년 네바다주와 일리노이주가 합류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는 2035년부터 원칙적으로 동물실험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밖에도 유럽연합(EU)과 인도, 뉴질랜드 등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동물실험을 완전하게 또는 부분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나라는 37개국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