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보로노이〉
지난해 3월 상장을 철회했던 보로노이(대표이사 김대권, 김현태)가 상장을 재추진한다. 이번에 몸값을 낮추는 한편 구주 보유주식 대부분에 보호예수를 설정해 유통물량을 대폭 축소하는 방식으로 투심을 공략할 예정이다.
회사는 투자자 보호, 회사 성장전략, 시장 상황 등을 다방면으로 고려해 공모 재도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섹터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보로노이가 상장에 성공할 경우 IPO를 준비 중인 후발 바이오 주자들에게 상당한 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보로노이는 금융위원회에 13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닥 상장을 위한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착수했다. 내달 8~9일 양일간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확정한 후 같은 달 14~15일 청약을 거쳐 6월말 코스닥에 입성할 계획이다. 대표 주관회사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맡고 있다.
앞서 보로노이는 지난 3월 14~15일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을 실시한 후 상장 절차를 중단했다. 당시 총 200만주 공모에 희망밴드는 5만~6만5,000원을 잡았다. 이에 따른 공모규모는 1000억~1300억원이었으며 시가총액은 6,667억~8,667억원이었다.
이번엔 공모주식 수를 130만주로 조정했으며, 공모 희망범위를 4만~4만6000원 수준으로 낮췄다. 이에 따른 총 공모규모는 520억~ 598억원이다. 여기에 할인율도 조정했다. 3월 공모 당시 할인율은 17.95~36.88%였는데, 이번엔 36.52~44.80%로 큰 폭 높였다. 이에 따른 이번 목표 시가총액은 5,055억~5,813억원이다. 이는 기존 대비 24~33% 할인된 몸값이다.
IPO기업의 상장 후 단기 주가흐름은 수급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은데, 보로노이는 이번에 상장 직후 유통물량 비율도 축소했다. 이는 상당 수의 구주주가 최소 1개월 이상의 자율적인 락업(매각제한)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상장예정 주식 수의 64.28%에 해당하는 구주물량이 1개월 이상의 보호예수를 내걸었지만 이번엔 보호예수 물량이 74.4%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상장 후 1개월 이내 유통될 수 있는 구주 물량은 상장예정 주식 수의 15.31%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이번 공모물량이 상장예정주식 수의 10.29%에 불과하기 때문에 상장 직후 오버행 리스크를 크게 줄였다는 설명이다. 실제 상장 직후 유통물량은 기관 투자자들의 의무보호 확약과 주관사의 기관별 물량배정에 따라 더욱 줄어들 수도 있다.
2015년 설립된 보로노이는 인산화효소(Kinase) 표적치료제 개발 기업이다. 회사가 자체 개발하고 있는 표적치료제는 인체에서 세포 내 신호전달을 담당하는 550여 개의 인산화효소 중 질병의 원인이 되는 인산화효소에만 선택적으로 결합해 병을 치료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보로노이는 '인산화효소 프로파일링(Kinase Profiling)'이라는 핵심 기술을 통해 기존 억제제들이 암의 원인인 돌연변이 단백질만 정밀 타격하지 못하고 정상 기능을 담당하는 단백질도 함께 타격해 부작용이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프로파일링 데이터베이스는 특정 화합물이 각 인산화 효소에 대해 어떤 강도로 결합하는지를 측정한 데이터인데, 현재 보로노이는 국내 최대인 4,000개 이상의 화합물에 대한 인산화효소 프로파일링 데이터 세트를 확보하고 있다.
화합물 신약을 원하는 타깃에만 선택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기술과 함께 글로벌 경쟁사를 압도하는 뇌혈관 장벽(Blood-Brain Barrier) 투과 기술 또한 큰 경쟁력이다. 보로노이가 개발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는 뇌혈관장벽 투과율이 글로벌 경쟁사 보다 월등히 높은 70~100%까지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관계자는 더스탁에 “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성 폐암은 환자의 절반가량이 뇌전이로 사망할 정도로 뇌전이 비율이 높다. 치료제로 글로벌 제약사들이 4종의 약물을 만들었지만 아직 뇌투과율이 매우 낮은 상황이다. 보로노이는 이들 대비 극단적으로 선택적이고 압도적으로 뇌를 투과하고 있기 때문에 뇌전이 폐암치료제 분야에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보로노이는 실험실과 인공지능을 연계한 플랫폼 ‘보로노믹스’를 통해 기술이전이 유망한 파이프라인을 독자 개발해 전임상 및 임상 1,2상에서 기술이전하는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다.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2020년과 지난해 2년동안 3건의 미국 기술수출을 포함해 총 4건의 기술이전을 성사시켜 2조 1000억 원이 넘는 트랙 레코드를 보유했다. 이는 IPO 예정 기업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다.
보로노이는 최근 3년간 매출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온 가운데 올해도 기술이전(License-Out) 협상 진행 상황 등을 반영함에 따라 매출성장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 148억원 대비 76% 증가한 261억 원을 예상했다. 김대권 보로노이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협상이 진전됨에 따라 매출 추정에 변화가 있었다”면서 “올해에도 글로벌 기술이전에 성공하고 우수한 파이프라인을 확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상장철회 후 재추진은 보로노이가 두번째다. 신재생에너지 솔루션 기업 대명에너지가 앞서 몸값을 낮추고 구주매출을 줄여 공모물량을 채우는 데 성공하고 이날(16일) 코스닥에 입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