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광화문 교보빌딩〉
국내 생명보험사 빅3 중 하나인 교보생명이 기업공개(IPO) 작업을 재개한다. 내년 상반기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최근 ‘풋옵션 분쟁’ 관련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데다 이번 기업공개를 자본규제에 대응하고 신사업 투자의 마중물로 여기고 있는만큼 IPO 완주 의지가 강하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 1분기 예비심사 결과가 나오면 상반기 상장이 가능한 일정이다. 대표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 맡고 있다.
교보생명은 앞서 지난 2018년에도 IPO 추진을 공식화했다가 무산된 바 있다. 특히 재무적 투자자인 어피너티 컨소시엄과 신창재 회장 간의 소송이 발목을 잡았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 등으로 구성된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지난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이 교보생명의 지분 24%를 매각할 때 교보생명의 ‘백기사’로 등장해 대우인터내셔널의 지분을 사들이고 2대주주로 올라섰다. 투자금은 1조2000억원이 투입됐다.
컨소시엄은 투자금 회수를 위해 신창재 회장과 주주간 계약을 통해 교보생명이 2015년 9월까지 상장할 것을 단서조항으로 달았다. IPO에 성공하지 못하면 대주주인 신 회장에게 풋옵션(보유 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하겠다는 조건이 포함됐다. 결과적으로 업황 악화와 저금리 등으로 상장이 계속 지연되자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했다. 주당 40만9912원(약 2조122억원)의 가격이다. 이는 지분 매입 당시 주당가격의 2배 수준이다.
이에 신회장이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등의 사유로 풋옵션 행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어피너티는 2019년 국제상공회의소(ICC)에 중재를 신청했다. 이후 교보생명의 IPO는 답보상태가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 9월 ICC 중재법원이 어피너티가 행사한 가격에 풋옵션을 매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판정을 내리면서 교보생명은 IPO 추진의 동력을 확보했다.
교보생명은 경영상의 리스크가 일단락됐다고 보고 IPO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상장 예비심사를 위한 기업 규모, 재무 및 경영 성과, 기업의 계속성 및 안정성 등의 조건을 모두 충족한 상태라고 밝혔다. 또 전자증권 전환 등 실무적인 제도 도입도 진행하고 있다면서 IPO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만 풋옵션 분쟁 관련 형사재판이 벌어지고 있고, ICC가 어피너티의 풋옵션 계약 자체는 유효하다고 봤기 때문에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또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신 회장의 보유 주식 일부에 가압류를 진행한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 관계자는 "어피니티컨소시엄 등은 그동안 IPO가 되지 않아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해 풋옵션을 행사했다고 해왔는데, 이제 교보생명의 IPO 추진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어 “ICC 중재 판정에 따라 양측의 채권 및 채무 관계는 물론 가액 산정도 달라질 수 있어 가압류가 해제될 수 있고, 주식 가압류가 해제되는 대로 최대주주의 주식 의무 보호예수 등은 충족된다”고 덧붙였다.
교보생명은 2023년부터 적용되는 IFRS17(새 국제회계기준)과 K-ICS(신지급여력제도)에 대비해 자본 조달 방법을 다양화하고, 장기적으로 금융지주사로의 전환을 위한 초석을 다지기 위해 이번 IPO를 추진하고 있다.
IFRS17은 국제회계기준위원회가 제정한 새 회계기준이다. 보험부채를 계약시점이 아닌 현재가치로 평가하기 때문에 부채비율 등에 대한 보험사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의 자본 확충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K-ICS는 국내에서 새로 마련한 시가 평가 기반의 보험건전성 규제로, RBC(지급여력)비율을 대체한다. 이 역시 시가평가 기준이기 때문에 보험사들의 추가적인 자본확충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회사는 공모자금을 신사업 투자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신성장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는 것은 마이데이터, 헬스케어 등의 분야다. 교보생명은 생명보험회사로는 최초로 마이데이터 사업 본허가를 획득하는 등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관계자는 더스탁에 “교보생명은 디지털 전환을 전제로 한 미래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면서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비즈니스를 혁신하는 한편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 지속가능한 성장과 기업가치 제고를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실적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수익(매출) 15조5937억원에 904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3,3%와 26.7% 증가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