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작성하는 ‘소비자물가지수’와 한국은행의 ‘물가인식조사’ 간의 괴리도가 지난달 1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한경 2월 11일자 A11면). 정부의 공식 물가통계와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물가 간 괴리는 흔히 있는 일이고, 자연스러운 측면도 있다. 문제는 일련의 경제정책이 실생활 체감물가는 도외시하고 타성적인 통계만 바라볼 때 착시를 일으키거나 왜곡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0.8% 오르는 데 그쳤다. 해오던 대로 460개 품목을 대상으로 가중치까지 반영한 복잡한 산식에 따른 것이었다. 한은이 도시 가구를 대상으로 수치화한 물가인식, 즉 체감물가 상승률 2.4%와 차이가 많이 났다.
정부의 공식 통계와 달리 체감물가가 많이 오른 것으로 조사된 것은 외식비(3.1%), 농·축·수산물(2.5%) 등의 가격이 뛴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체감물가가 다소 주관적이고 지역별·소득별·가구형태별·연령별 체감도에도 편차는 있을 수밖에 없겠지만, 정부 통계가 물가 변동의 실상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 개선하는 게 마땅하다.
물가통계에 소비자 체감도를 완벽하게 반영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통계가 관련법에 따라 엄격한 절차를 거쳐 수정·보완된다는 것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경제여건은 급변하는데도 실효성이 의심되는 통계에 매달리고, 이를 놓고 ‘급등한 최저임금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느니 없다느니, 적다느니 크다느니 하는 논쟁이라도 되풀이된다면 어떻게 되겠나. 경제실상과 정책의 파급효과에 대한 오독(誤讀)을 경계해야 한다.
소비자물가지수와 별도로 내는 생활물가지수나 신선식품지수처럼 인건비 부문에 초점을 맞춘 보조지표 생산도 생각해 볼 만하다. 고용사정이 악화되면서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이 사상 최대치를 또 경신했을 정도로 당분간 이 문제는 우리 경제에 핵심 변수가 될 것이기에 하는 제안이다. 물론 이명박 정부 때 ‘MB물가지수’처럼 물가에 개입·관리하려는 차원이라면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독립성·중립성·전문성의 바탕 위에서 국가통계를 잘 관리하고 개선해 기업과 개별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정책의 방향을 바로잡는 노력을 더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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