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주은 기자 =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 일명 강성부 펀드가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이어 핵심 계열사인 한진 지분을 사들이며 2대 주주로 등극, 행동주의 펀드의 지주사 압박이 본격 화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KCGI가 세운 특수목적법인(SPC) 유한회사인 엔케이앤코홀딩스와 특수관계인 2곳은 한진 지분 8.03%(96만2133주)를 장내에서 사들였다고 지난 3일 공시를 통해 밝혔다. 이에 따라 KCGI는 한진칼(지분율 22.19%)에 이어 한진의 2대 주주에 올랐다. 한진의 경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지분율(6.87%)보다도 높다.
앞서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장내매수를 통해 한진칼 지분 9%(532만2666주)를 취득했다. 이후 지난달 1.81%(107만4156주)를 추가로 매입해 지분을 10.81%로 확대, 2대 주주 자리를 굳건히 했다. 이는 조양호 회장(28.93%)보다는 적고 국민연금(8.35%)보단 많은 수준이다.
증권가에선 KCGI가 한진칼에 이어 한진 지분을 취득한 것에 대해 한진그룹을 압박하기 위한 액션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한진의 경우 한진칼과 달리 조회장 측의 지분이 높아 경영참여가 제한적일 수 있음에도 지분을 사들인 것은 압박용 카드라는데 설득력을 더해준다.
B운용사 CEO는 “한진은 조 회장 일가 지배율이 높아 경영참여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지주사를 동시다발적으로 흔들어야 승산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C운용사 대표의 경우 이와관련, “KCGI가 한진 지분까지 확보하면서 한진그룹 전체에 KCGI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여건이 더 커졌다”며 “지배구조 개선 가능성이 있는 계열사 지분을 순차적으로 사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한진은 한진그룹의 모태회사로 한진택배 등을 운영하는 물류회사다. 하지만 본업보다는 그룹과 관련된 다양한 비즈니스와 업무를 하면서 차입금이 늘어나는 등 지배구조가 낙후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해 기준 한진의 부채는 1조7700억원 수준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진 대주주인 한진칼의 지배구조 개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한진도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져 본연의 투자와 영업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봤다. 이어 “KCGI가 올해 주주총회만 보고 들어오진 않았을 것”이라며 “작년이 워밍업이었다면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강하게 낼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전날 행동주의펀드가 한진의 지분 매입한다는 공시에도 한진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 전날과 이날 2거래일 동안 한진 주가는 12% 이상 빠졌다. 한진칼 주가도 하향세다. 지난달 27일 장중 3만3400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최근 2만원대로 내려 앉았다. 특히 지난 달 7일부터 15거래일 연속 한진칼 주식을 순매수했던 기관은 새해 첫 거래일인 2일 순매도로 자세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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