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우유가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늘 10월부터 유제품에 사용되는 원유 가격이 리터당 88원 인상됨에 따라 유업계가 고민에 빠졌다.
원유 가격이 10년래 최대폭으로 인상되면서 흰 우유 등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 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강력한 물가안정 정책 기조를 펴고 있어, 소비자 부담 최소화라는 과제도 동시에 안고 있는 상황이다.
28일 유업계에 따르면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는 전날(27일) 원유 기본가격 협상 소위원회를 열고 원유 리터당 가격을 88원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원유 리터당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1000원을 돌파한 1084원이 된다. 치즈 등 가공 유제품 재료인 ‘가공유용 원유’는 리터당 87원 올라 887원이 된다.
앞서 낙농진흥회는 지난 6월9일부터 생산자, 수요자 등으로 구성된 원유 가격 협상 소위원회를 통해 협상을 진행해왔다. 소위원회는 27일까지 총 11차례 회의를 가졌다.
협상이 2달 가까이 진행된데는 낙농가와 유업계 입장차가 팽팽하게 맞섰기 때문이다. 낙농가는 104원, 유업계는 69원 인상을 고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원유 가격 협상은 올해부터 도입된 ‘용도별 차등가격제’에 따라 지난해 최저 한도인 리터당 104원의 60~90%(69~104원) 내에서 인상폭을 결정해야 했다.
낙농진흥회는 오는 8월10일 이사회를 열고 소위원회가 합의한 인상안을 최종 확정한다. 따라서 인상된 가격은 당초 8월1일 보다 2달 늦춰진 오는 10월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2013년 이후 최대 인상폭에 ‘우려되는 밀크플레이션’
이번 원유 가격 인상 결정에 따라 시중에서 판매되는 흰 우유 완제품 가격은 1리터짜리가 3000원을 넘을 전망이다. 올해 원유 가격 인상폭이 지난 2013년 이후 최대 폭인 만큼,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서다.
지난해에도 유업계는 원유 가격을 인상 뒤 흰 우유 가격을 10% 가까이 인상했다. 지난해 원유 가격은 리터당 49원 올랐다. 당시 흰 우유 가격을 서울우유협동조합은 6.6%, 남양유업은 8.57%, 매일유업은 9.57% 각각 올렸다.
문제는 우유를 원료로 쓰는 제품들도 덩달아 가격이 오르는 밀크플레이션 가능성도 크다는 데 있다. 아이스크림, 빵·과자류, 커피류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지난해에도 우유가격이 인상되자 아이스크림 20%, 과자류 10% 등 가격이 인상됐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28일 유업체 10곳과 비공개 감담회를 갖는다. 간담회에서는 흰 우유 등 제품 가격 안정화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유업계 한 관계자는 “어제(26일) 오후 7시쯤 원윳값 인상이 결정됐고 정부 차원에서도 물가안정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우유 등 제품 가격을 인상하더라도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결정되지 않겠냐”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