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노무라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놓고 정책당국자들 사이에서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노무라가 연일 마이너스 성장 전망을 내놓고 있어서다. 한국 경제가 올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은 곳곳에서 나오지만 역성장을 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곳은 노무라가 유일한 상황이다.
노무라 그룹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로버트 슈바라만은 지난 18일 세계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2023 세계경제 침체 전망과 한국경제의 도전' 웨비나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0.6%로 제시했다. 슈바라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경착륙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경제 회복은 올해 하반기에나 가시화될 것이고, 선진국은 이미 경제 침체를 겪고 있다"며 "올해 2분기까지는 수요 공백이 불가피하고, 한국은 고금리발(發) 주택 경기 악화, 신용위험 증대 등 난관을 겪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노무라의 전망은 한국은행(1.7%)나 기획재정부(1.6%) 등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다른 글로벌 투자은행(IB)과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씨티가 IB 중 가장 낮은 0.7% 성장을 전망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마이너스 성장은 아니다.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주요 외국계 IB 9곳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1%다. 노무라는 한 달 전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3%로 전망하기도 했다.
슈바라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행이 오는 5월부터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해 연내 1.5%포인트 인하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0.5%포인트 이상 인하하기는 쉽지 않다고 내다보고 있다.
정책 당국자들은 노무라의 전망을 두고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노무라는 대체 왜 이렇게 극단적인 전망을 내놓는지 궁금할 때가 많다"며 "중국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된 만큼 빠르게 정리될 가능성이 크고,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도 어느 정도 마무리 되는 분위기라 올해 역성장을 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내부적으로 노무라가 왜이렇게 한국에 대해서 비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했는데, 노무라가 한국 뿐만 아니라 대부분 국가에 대해서도 비슷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민간 전문가의 답변을 들었다"며 "다른 기관에 비해 부정적인 요인을 더 많이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노무라는 과거에도 한국 관련 과감한 전망을 내놓아 화제가 된 적이 많다. 1998년 노무라증권 서울지점이 내놓은 '대우그룹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는 보고서가 대표적이다. 보고서가 나온 직후 실제로 대우그룹은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그룹의 존재가 사라졌다. 2009년엔 한국 경제성장률이 -6%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지만, 이 전망은 완전히 엇나갔다. 다른 나라들은 모두 역성장을 했지만, 한국은 0.8% 성장했기 때문이다. 2009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2009년 4월 노무라는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가장 먼저 1%대(1.8%)로 끌어내렸는데, 한국은 2% 성장(2.2%)을 지켜냈다. 한 경제전문가는 "정부 안팎에서도 노무라의 과감한 비관전망이 맞을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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