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아이클릭아트
[인포스탁데일리=원주호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은 12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인상 폭을 축소하며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그러나 매파적 발언은 이어가면서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다. 시장에서는 ECB가 내년 1분기를 마지막으로 금리인상 사이클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예상보다 매파적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 = 아이클릭아트
◇ ECB, 금리인상 속도조절에도 매파적 발언
ECB는 지난 15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00%에서 2.50%로 50bp 올렸다. 지난 9월과 10월 당시 75bp 인상한 이후 50bp로 인상 폭을 축소한 것이다.
이처럼 ECB는 인상 폭을 축소했지만, 매파 기조는 여전함을 보여줬다. ECB는 "물가 전망을 상당히 상향 조정함에 따라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이라며 "물가 목표치인 2%로 적기에 복귀하기 위해 충분히 제한적인 수준이 될 때까지 꾸준한 속도로 상당히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ECB는 금리인상과 함께 오는 3월부터 6월까지 월 평균 150억 유로 규모로 자산을 축소하는 QT(양적긴축)도 발표했다. 축소 방법은 미 연준과 마찬가지로 자산매입프로그램(APP) 내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의 재투자 중단을 통한 것으로, QT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2월 통화정책회의에서 발표하기로 결정했다.
ECB는 경기침체 우려에도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천연가스 하락으로 11월 유로존 경제 지표들은 예상치를 상회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수치는 하향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유로존의 구조적 펀더멘털이 망가졌다고 말했던 것처럼 전쟁 이후 유로존의 경기는 미국보다도 좋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ECB는 12월 경제전망치에서 내년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9%에서 0.5%로 다시 하향 조정했다.
이 연구원은 "내년 하반기부터 실질소득 개선, 대외 수요 강화 등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통화 긴축 영향과 에너지 공급 불확실성으로 우크라이나 이전 예상했던 GDP성장 추세를 회복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 = 아이클릭아트
◇ ECB, 시장 예상과 달리 당분간 매파적 기조 이어갈 듯
에너지 불안정성과 단일 책무를 감안할 때 예상보다 ECB의 매파적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다은 연구원은 "최근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이후 에너지 공급원을 다변화해 안정화시키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며 "내년에도 에너지 차질과 수요 감축 정책으로 인해 경기 모멘텀 둔화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또 "연준과 마찬가지로 ECB도 임금이 과거 평균을 훨씬 웃도는 속도로 상승함에 따른 고물가 고착화 가능성을 우려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ECB가 다른 중앙은행들과 달리 단일 책무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유로존 경기 악화에도 다른 중앙은행보다 더 매파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와 함께 "내년 2분기 중국 경기가 반등하면서 유로존 경기 모멘텀에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에너지 수요의 확대에 따른 가격 불확실성을 감안할 경우 오히려 통화정책의 오버킬 강도만 높일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유로화 가치는 1.10달러를 하회하는 약세 국면을 이어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원주호 기자 nm13542@infostoc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