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타이페이, 3월31일 (로이터) - 대만 홍하이 정밀공업 2317.TW 산하 폭스콘(Foxconn)이 한달 간의 씨름 끝에 당초 인수가보다 훨 씬 할인된 가격에 일본 샤프(Sharp)의 지분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양사가 한달 동안 인수 조건을 놓고 옥신각신하는 동안 과연 양사가 합병된 후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발휘해 경쟁사들에 맞설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던 바 있다.
폭스콘은 샤프의 지분 3분의 2를 약 35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당초 인수가에서 9억달러나 할인된 가격이다. 주당 88엔으로 30일(현지시간) 종가보다 35% 낮은 수준이다.
이번 인수는 외국 기업으로서 일본 기업을 인수한 최대 규모로 기록될 전망이며, 100년간 이어져 온 샤프의 자립적 운영이 끝나게 된다는 의미를 띄고 있다.
또한 폭스콘은 샤프 인수를 통해 첨단 스크린 테크놀로지를 확보해 주요 고객인 애플(Apple) AAPL.O 에게 더욱 매력적인 가격을 제시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샤프는 그간 심각한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다. 샤프는 지난 회계연도에 1700억엔(미화 15억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당초 100억엔 순익을 전망한 것에 비하면 전망치가 크게 악화된 것이다.
샤프는 한때 프리미엄 TV로 큰 수익을 올렸으나, LCD 스크린 부문에 막대한 투자를 퍼부은 후 아시아 경쟁사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려 큰 타격을 받았다. 이에 따라 2012년 이후 두 차례 은행 구제지원을 받았으나 회생에 성공하지 못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30일 폭스콘이 합병 후 샤프의 최고경영자 교체 등 임원진과 경영방식을 전면 개혁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양사는 지난달 인수를 거의 성사시키는 듯 했으나 샤프의 우발채무가 새로이 등장하면서 폭스콘이 인수를 보류한 바 있다.
4년 전에도 폭스콘은 포괄적인 파트너쉽의 일환으로 샤프 지분을 인수하려 했으나 샤프가 당시 손실 발생을 경고하자 발을 뺐다.
애널리스트들은 양사간 불신의 과거를 차치하더라도 합병 회사가 LCD 스크린 부문에서의 가격 부담을 피해가거나 애플이 2018년부터는 아이폰에 적용하려 계획하는 OLED(유기발광 다이오드) 스크린 부문에서 경쟁사들을 물리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타이페이 소재 다이와-케세이 캐피탈마켓츠의 카일리 황 애널리스트는 "합병 후 2년 내 이러한 목표 달성은 어렵다. 3년이라면 가능성이 있고 5년이라면 확실히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애널리스트는 또한 삼성전자 005930.KS 와 LG디스플레이 034220.KS 가 더욱 얇고 가볍고 플렉서블한 제품을 내놓고 있기 때문에 한동안은 OLED 스크린 부문에서 여전히 이들이 최강자로 군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폭스콘이 인수 결정을 발표하기 전 샤프의 주가는 4% 상승했다. 대만증권거래소는 이날 폭스콘 주식의 거래를 잠정 중단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