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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업보다 유연하다…'소통·협업·집중' 이곳은 현대모비스

입력: 2020- 11- 05- 오전 12:20
© Reuters.  IT기업보다 유연하다…'소통·협업·집중' 이곳은 현대모비스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재택근무를 공식 제도로 도입한 회사, 개인이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하고 사무실 좌석도 선택할 수 있는 회사,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전문 자격증을 보유한 심리상담사를 찾아 상담할 수 있는 회사….

외국계 회사와 정보기술(IT) 스타트업 얘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아니다. 기업문화가 딱딱하다고 알려진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회사 현대모비스의 현 모습이다. 현대모비스 신입 직원들이 “막연하게 군대 같은 문화를 생각하고 입사했는데, IT기업만큼 유연하고 자유로운 문화라 깜짝 놀랐다”고 말할 정도다. “경직된 사고 갇히면 기업 미래 없다”현대모비스는 최근 몇 년 동안 기업문화 개선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삼아 왔다. 임직원이 일과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넘어 궁극적으로는 회사의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서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직원들은 일과 삶이 양립할 수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회사는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을지 찾아보기 시작했다”며 “직원들이 회사에 대해 주인의식을 갖고 자발적으로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가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다른 이유는 자동차산업의 변화다. 자율주행, 전동화 등 미래자동차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면서 창의적이고 유연한 기업문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현대차그룹의 미래기술을 견인하고 있는 현대모비스가 IT기업보다 더 IT기업 같은 모습으로 변해야 한다는 정의선 회장의 의지가 기업문화 변화의 출발점이 됐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해법은 간단했다.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도입했고, 이를 위한 인프라도 구축했다. 또 내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교육도 반복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는 후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모든 기업이 기업문화를 바꾸고 싶어하지만 성공한 곳은 많지 않다”며 “한두 차례 생색내듯 새로운 제도를 내놓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새로운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해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재택근무제 유지현대모비스는 재택근무제를 공식 제도로 활용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2월부터 임시로 도입한 제도를 공식화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일시적으로 재택근무제를 시행한 기업은 많지만, 회사의 근무제도 중 하나로 공식적으로 활용하는 곳은 흔치 않다.

현대모비스는 본사와 연구소를 중심으로 재택근무제를 시행하면서 직원 만족도를 평가하는 등 중장기 근무환경 변화를 준비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일단락되더라도 재택근무제를 지속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회사 관계자는 “직원들이 출퇴근에 쓰는 시간을 절약하고 자신에게 최적화된 환경에서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며 “창의성과 다양성을 위해 재택근무가 필수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재택근무를 원하는 직원은 하루 전 사내 시스템에 등록하면 된다. 재택근무 당일에는 개인 컴퓨터나 회사가 지급한 노트북으로 사내 PC에 원격으로 접속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존에 사용하던 화상회의시스템, 성과관리시스템, 협업시스템 등 업무에 필요한 모든 프로그램을 집에서 쓸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모든 직원이 재택근무제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근무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관리자에게는 재택근무가 쉬는 게 아니라 일하는 방식 중 하나라는 것을 강조했다. 직원에게는 책임감과 상호 신뢰에 바탕을 두고 업무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직원들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거점 오피스’도 마련할 계획이다. 기존 근무지까지 출근하지 않고, 집 근처 사무공간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유연근로제는 2년 전부터 도입현대모비스는 2018년 말부터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개인 일정에 따라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제도다. 최대 주 52시간이 넘지 않는 범위에서 스스로 일별 근무계획을 세울 수 있고, 해당 시간 동안 업무를 하고 나면 자동으로 컴퓨터가 꺼진다.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퇴근하지 못하는 ‘말로만 유연근로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 시스템이 도입된 직후에는 “일을 마무리하지 못했는데 컴퓨터를 쓰지 못해 답답하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직원이 일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업무에 더 집중하고 ‘칼퇴(정시퇴근)’하는 문화가 정착됐다고 한다. 직급체계도 단순화했다.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으로 이어지던 5단계 직급 체계를 매니저(사원~대리)와 책임매니저(과장~부장)로 재편했다. 직원들끼리 수평적인 관계에서 소통하는 문화를 뿌리 내리기 위해서다.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한 캠페인도 꾸준히 하고 있다. 실패하더라도 불이익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실패사례 공모전’을 연 게 대표적이다.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도전 자체를 응원하자는 의미다. 업무 연관성이 있는 다른 팀 직원을 인정하고 칭찬하는 ‘릴레이 칭찬 이벤트’도 직원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현대모비스는 업무 공간도 대대적으로 바꾸고 있다. 기존에는 직급에 따라 자리를 잡았지만, 지금은 개개인이 매일 원하는 자리를 선택해 앉으면 된다. 다른 팀 직원과 나란히 앉아 협업할 수도 있다. 지난해 말에는 각 층에 나뉘어 있던 부문장급 이상 임원을 한곳에 모았다.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임원들이 긴밀하게 소통해 자기 조직의 이익만 추구하는 ‘사일로 현상’을 극복하자는 취지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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