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으로 조달하는 신규 자금을 한국의 물류 인프라 구축 등에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 일요일(14일) 서울 종로구에서 쿠팡 기사가 택배 배송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한다는 발표가 국내 시장도 뒤흔들고 있다. 경쟁자인 네이버는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에 급등했고, 일부 ‘쿠팡 테마주’는 상한가로 직행했다. 창사 이후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한 쿠팡에 대한 관심이 유통시장에서 증권시장으로 넘어오는 분위기다.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사안을 다섯 가지 질문과 답으로 정리했다.① 국내 투자자가 IPO에 참여할 방법은‘쿠팡 공모에 참여하고 싶다’는 개인투자자들의 글이 인터넷 주식 게시판을 휩쓸고 있다. 하지만 국내 개인이 쿠팡 주식을 공모가에 취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과 미국의 기업공개(IPO)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은 상장 주관사가 자유롭게 기관에 공모 물량을 판매한다. 개인 지분이 정해져 있는 한국과는 다르다. 일부 종목은 미국 증권사가 자산운용사와 계약을 체결해 개인도 공모주 인수가 가능하지만 쿠팡 IPO가 흥행한다면 이조차도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② 왜 나스닥이 아닌 NYSE로 가나쿠팡은 당초 나스닥으로 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쿠팡의 나스닥행은 당연해 보였다. 세계 최대 기술주가 모여있는 시장이 나스닥이기 때문이다. 상장요건과 추가상장, 주식배당 등의 수수료는 물론이고 상장 자격 유지에도 나스닥이 유리하다. 하지만 마지막에 방향을 틀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택했다.
전문가들은 ‘쿠팡이 그만큼 흑자전환에 대한 자신감이 강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NYSE는 벅셔해서웨이, GE 등 꾸준히 이익을 내는 기업들이 상장된 시장이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수익성 및 재무상황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았던 만큼 세계적 우량주 시장인 뉴욕증시에 입성해 그런 이미지를 불식시키고자 하는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증권가에서는 쿠팡이 올해 첫 영업 흑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증권과 SK증권은 쿠팡이 올해 로켓제휴 등 각종 비용 절감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③ 쿠팡 관련주, 수혜주인가 테마주인가15일 국내 증시에서는 쿠팡의 협력사 등 관련 기업들이 ‘쿠팡 관련주’로 분류되며 급등했다. 쿠팡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쿠팡플레이’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KTH는 29.87% 급등한 1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내년 12월까지 쿠팡의 물류 운송업무를 맡은 동방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들 ‘쿠팡 테마주’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박하다. 협력사들이 쿠팡의 상장에 직접적으로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쿠팡이 상장에서 얻은 자금으로 공격적 투자를 하면 협력사도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당장 올해와 내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보다 수혜 가능성이 명확한 종목은 있다. ‘쿠팡리츠(RIETs·부동산투자전문회사)’라는 별명을 가진 ESR켄달스퀘어리츠가 대표적이다. ESR켄달스퀘어리츠는 쿠팡의 물류센터 중 30%를 보유, 운용하는 리츠다. 임대 면적의 49%를 쿠팡이 쓰고 있다. 이날 ESR켄달스퀘어리츠는 2.90% 오른 6040원에 거래를 마쳤다.
④ 쿠팡 ‘대안주’ 투자는?경쟁업체로 눈을 돌려볼 수도 있다. 쿠팡 상장으로 e커머스 시장 전체의 파이가 커지면 네이버 등 비슷한 사업을 하는 경쟁업체도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쿠팡 상장에 따라 네이버의 쇼핑사업도 재평가받을 것”이라며 “쿠팡보다 부족한 네이버의 물류역량을 감안해 쿠팡의 기업가치 34조원에 40% 할인을 적용하면 네이버 쇼핑 부문의 가치는 20조원이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이날 5.18% 오른 38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상 최고가다.⑤ 상장 이후 쿠팡에 투자해도 되나상장 이후에나 쿠팡에 투자할 수 있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실적 전망이다. 쿠팡이 잠재적 기업가치보다 낮은 시가총액에 IPO를 진행하고, 상장 후에도 꾸준히 성장한다면 주가의 장기 상승이 가능하다. 반대로 높은 가격에 상장이 이뤄진다면 상장 직후의 주가는 부진할 수 있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상장 직후 시가총액이 관건”이라며 “쿠팡은 최대 55조원 규모로 상장할 수 있는데, 이는 흑자전환 이전의 아마존과 비슷한 주가매출비율(PSR) 3배 수준으로 저렴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상장 극초반에는 투자를 자제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미국 시장은 상·하한가 제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가치에 대한 잠재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장 초기에는 하루 주가 변동폭이 클 수 있다.
전범진/최예린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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