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발행어음 인가 1호’ 초대형 투자은행(IB)인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금감원의 중징계 안에 제동을 걸었다.
제재심의위는 금감원 검사국이 문제를 제기한 발행어음 부당 대출 혐의 등에 대한 영업정지 1개월 등 제재안이 과도하다며 기관 경고로 1단계 경감했다. 중징계에서 경징계로 수위를 낮췄다. 금감원장 자문기구인 제재심의위가 잇따라 제동을 걸면서 금감원의 자본시장과 관련, 과도한 제재 수위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과태료만 금융위 의결
제재심의위는 3일 세 번째 회의를 열고 한국투자증권 종합검사 결과 조치안에 대해 기관 경고(단기금융업무 운용기준 위반), 임직원 주의(감봉) 등 경징계로 결론을 냈다. 과태료 및 과징금으로 약 50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기관 조치는 금감원장 직결로 확정하고, 과태료 및 과징금은 증권선물위원회 심의와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치기로 했다.
제재심의위에선 한투증권 관련 전체 8건의 안건을 심의했다. 핵심 안건이던 발행어음 부당 대출 관련 혐의(2건)에 대해 기관 경고로 결론을 내렸다. 한투증권과 SK실트론 간 총수익스와프(TRS)와 특수목적회사(SPC) 활용 신용공여 거래를 일단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한투증권의 발행어음 신용공여를 기업 대출이 아니라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한 개인 대출로 해석했다. 자본시장법에선 초대형 IB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개인 대출로 활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 대출이 금지된 펀드나 신탁도 똑같은 구조로 신용공여를 하고 있어 형평성 문제와 시장 악영향 등이 감안되면서 제재 수위가 낮춰졌다.
제재심의위는 한투증권 자회사의 성장기업펀드 관련 안건과 베트남 계열사 신용공여 안건 등에 대해서도 감경 조치했다. 금감원은 자회사 한국투자신탁운용이 2016년 설정한 한국투자성장기업전문투자펀드에 한투증권이 210억원가량을 후순위로 투자한 것을 문제 삼았다. 베트남 현지법인에 3500만달러를 대여(금리 연 3.3%)해준 것도 자본시장법 위반이라고 해석했다.
제재심의위, 세 차례 연속 제동
이번 한투증권 제재 안건은 금융투자업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제재심의위도 이례적으로 석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법리공방이 펼쳐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 주도의 제재 방향이 시장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한투증권 제재 수준을 놓고 검사국과 제재심의국 사이에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자본시장 분야에서 제재안이 제재심의위에서 제동이 걸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사상 초유의 무혐의 결론이 나기도 했다. 자베즈파트너스 건이다. 금감원 검사국은 자베즈파트너스가 현대증권 지분 투자를 위한 사모펀드(PEF)를 조성하면서 투자자(LP)들에게 확정 수익률을 제시해 자금을 유치했다며 중징계를 예고했다. 이 안건도 TRS를 활용한 거래였다. 하지만 제재심의위 위원들은 “투자자를 위해 안전장치를 걸었을 뿐”이라고 해석하며 무혐의로 결론 냈다.
제재심의위는 지난달 프랭클린템플턴투자신탁운용 안건에 대해서도 기관 주의를 결정했다. 원래 금감원은 프랭클린템플턴운용의 뱅크론 펀드 손실 건과 관련해 영업정지 1개월 수준의 중징계를 추진했다. 한 금융투자회사 임원은 “원 부원장 체제에서 자본시장 제재 방향이 정부의 혁신성장에 반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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