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레, 인도, 3월30일 (로이터) - 기르던 소를 도축용으로 팔지 못하게 된 수 백만 인도 농부들이 빈곤으로 내몰리면서 이들과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집권당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인도의 대부분 주들은 힌두교에서 신성시하는 소의 도축을 금지해 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는데 이는 인도가 세계 최대 소고기 수출국인 점에서 잘 드러난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모디의 바라티야 자나타당(Bharatiya Janata Party: BJP)이 통치하는 마하라시트라 등 수개 주는 황소, 물소 등을 포함한 소의 도축 금지를 확대해 왔다. 또 힌두교 자경단원들은 도축 고기 거래상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모디와 BJP가 힌두교 신앙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인데 대부분 인도 국민은 힌두교도들이다.
소 도축 금지가 인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만만치 않다. 전국적으로 소 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며 인도의 소고기 수출은 급감했다. 반면 소고기 공급을 놓고 경쟁해 온 브라질이 뜻밖의 수확을 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기르던 소를 팔지 못하게 된 수 백만 농민이 곤경에 처했다. 이들은 이미 극심한 가뭄과 비계절적인 강우로 소를 제대로 먹이거나 물을 주기 힘든 형편이다. 소들은 하루에 평균 70리터의 물을 마신다.
몇 주째 마하리시트라의 소 시장에 기르던 황소 한쌍을 팔려고 나왔다가 허탕만 쳤다는 레바지 초우다리는 "정부는 우리의 목숨이 더 중요한지 소의 목숨이 더 중요한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농부들은 통상 가뭄이 극심한 해에는 소를 도축업자들에게 팔고 비가 많이 온 후 수입이 생기면 다시 소를 사들여 왔다. 인도의 도축 업자들은 대부분 무슬림들이다.
농부들은 소를 팔지 못하게 되면서 파종에 필요한 씨앗이나 비료를 살 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가뭄이 덥친 마하라시트라의 마라트와다 지역은 농부들의 자살률이 거의 두 배로 늘었다.
농촌 지역 표심을 노리는 BJP는 농부들이 처한 곤경을 외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BJP는 지난 해 한 지방 선거에서 참패했는데 조만간 전국적으로 더 많은 지방 선거가 예정돼 있다. 인도의 13억 인구 대부분은 농촌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모디 정부는 지난 달 제출한 예산안에서 농촌 개발에 130억달러를 투자하고 2022년까지 농가의 수입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청사진만 제시할 뿐 도축 금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 BJP 의원이 "이제는 도축 금지를 철폐할 때"라고 말하기도 했으나 당 대변인은 동 의원의 사견이라며 일축했다.
기르던 소를 버리는 농부들도 늘고 있다. 마하리시트라주는 임시 대피소를 마련, 유기된 25만여두의 소를 농부들이 찾아갈 때까지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마하리시트라에서만 최소 4백만 마리가 더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매주 월요일이 되면 수 백명의 농부가 기르던 소를 끌고 뭄바이에서 동쪽으로 200km 떨어진 벨레 마을의 소 시장으로 향한다. 그러나 팔려는 사람은 많아도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마하리시트라주의 소 가격은 40-60% 폭락했다. 초우다리는 지난 해 4만루피(600달러)를 주고 산 한쌍의 소를 2만루피에 팔려고 내놓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수주 째 구매자를 만나지 못하고 있다. (라젠드라 자드하브 기자; 번역 최정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