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과 유럽 등에선 원자력발전이 탄소 중립의 유력한 방안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가격이 싸고 효율적이며, 안정적으로 저탄소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어서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 12일 미네소타주에 있는 한 원전이 수소에너지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사업에 1400만달러(약 155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뽑아내는 첫 사례를 내기 위해서다. 미국은 이미 자국 저탄소 전력의 절반이 넘는 비중을 원전에서 생산한다. 옥수수나 동물성지방 등 미활용 자원을 원료로 쓰는 신재생에너지 생산 움직임도 늘고 있다. 정유사 필립스66이 캘리포니아에 있는 정유공장을 세계 최대 규모 바이오디젤 생산공장으로 바꾸는 중이다.
영국은 정부가 제조기업 롤스로이스 등 민간 컨소시엄과 손잡고 영국 곳곳에 ‘미니 원전’을 건설한다. 소형 모듈러 원자로(SMR) 최대 16기를 지어 각각 440㎿ 규모 전기를 공급하는 게 목표다. 영국 정부는 잉글랜드 서포크주에 새 원전을 건설하는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폴란드, 루마니아 등 동유럽 각국도 원전 짓기에 나섰다. 에너지 기술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동유럽 각국이 유럽연합(EU)이 제시한 탄소 중립 기한을 맞추려면 원전이 꼭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탄소 중립 계획을 앞서 내놓은 주요국이 잇따라 원전 확대에 나서는 이유는 효율성 때문이다. 서로 다른 길을 간 독일과 프랑스가 대표적 사례다. 독일은 앞서 ‘탈석탄, 탈원전’을 이루고 전력공급원을 100%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고 공언했다. 올 상반기 기준 독일 전력의 48.7%가 풍력, 수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서 나왔다. 그러나 대가가 비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7년 사이 독일 가정용 전기요금은 150% 수준으로 뛰었다.
반면 프랑스는 원전 전기 생산량을 전체 비중의 75%까지 늘리고 원자력 기술에 투자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프랑스 전기요금은 독일의 60% 이하다. 전기 생산에 따른 탄소배출량은 독일의 10분의 1에 그친다. 비용은 절반만 쓰고 오염은 90% 적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높은 효율 덕에 프랑스는 전력 수출로 연간 30억유로(약 3조9300억원) 이상을 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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