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가늘고 긴 나라로 일명 ‘스파게티 컨추리’라고 불리는 칠레는 남미 대륙에서 정치·경제·사회적으로 가장 안정된 국가다. 남미 최초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나라며,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지수에서 남미 국가 중에선 부패지수가 가장 낮은 곳이기도 하다. 2010년 대지진에 대한 신속한 대처, 같은 해 33명의 매몰 광부를 극적으로 구출한 사건 역시 세계인의 머리와 가슴에 칠레를 깊게 각인시켰다.
칠레는 한국과 2004년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이후 한국에 성큼 다가선 농업대국이다. 특히 칠레 와인은 가성비가 뛰어나고 품질도 일관적이라 폭넓게 사랑받고 있다. 칠레 와인은 국내 와인 수입량 기준으로 이미 몇 년 전부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와인생산국들은 와인 생산 역사의 길고 짧음에 따라 구세계(유럽)와 신세계(비유럽)로 구분할 수 있다. 이 분류에 따르면 칠레는 신세계에 속한다. 단아하고 절제된 미학을 추구하는 구세계 와인에 비해 신세계의 와인은 직설적 과실풍미와 유혹적 풍부함이 매력이다. 맛의 스펙트럼에서 칠레 와인의 장점은 신세계 와인이면서도 구세계 와인의 매력을 균형적으로 취하고 있다.
이런 스타일적 양수겸장은 칠레 와인의 최대 강점인 가성비의 뒤를 잇는 두 번째 강점이다. 많은 사람이 칠레 와인으로 와인에 입문하고, 이후에도 꾸준히 칠레 와인을 찾는 이유다. 칠레 와인은 중저가 가격대 상품 중에서 가격경쟁력이 높다. 고가 상품에 있어서도 품질 향상이 눈에 띄어 당분간 칠레 와인의 흥행가도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칠레 와인의 인기는 세계적 현상이다. 그 성공의 배경과 이유는 칠레 와인의 역사를 바꾼 영원한 선구자 몬테스(Montes)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칠레의 와인 생산은 16세기 중반 현지를 점령한 스페인 정복민으로부터 시작돼 5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19세기 중반에는 유럽 수출이 활발해졌다. 그러나 알코올 규제가 시작되면서 신규 포도밭 조성이 금지되고, 독재정권의 등장으로 와인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 이른바 ‘슈퍼마켓 와인’들만 넘쳐나던 시기에 마침표를 찍고 세계를 상대로 그 존재를 각인시킬 고품질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불과 한 세대 전의 일이다. 그 출발점에는 몬테스가 있었다.
네 명의 청년이 의기투합해 세운 몬테스는 1988년 설립 때부터 칠레 최초의 프리미엄 와인으로 평가받는 몬테스 알파(Montes Alpha) 시리즈를 출시하며 칠레 와인의 잠재력을 세계에 알려왔다. 영국의 저명한 와인저술가 오즈 클락(Oz Clarke)은 몬테스 알파 카베르네 소비뇽을 시음한 뒤 “드디어 칠레에서도 응축된 풍미를 지닌 품질와인이 나왔다”고 평가하며 몬테스가 주도하는 품질 혁명을 인정했다. 이후 품질이 더욱 발전한 슈퍼 프리미엄 와인까지 잇달아 출시하는 등 와인의 본고장인 프랑스를 포함해 세계 115개국에 수출하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
짧은 기간에 몬테스가 거둔 비약적인 성공의 원동력은 언제나 최초·최고·혁신을 추구하는 그들의 철학이다. 전에 없던 수준의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몬테스가 시도한 최초와 최고의 기록은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넘친다. 칠레 최초의 경사면 포도밭 조성, 새로운 포도밭에 대한 끝없는 탐험, 혁신적 물절약 농법인 드라이 파밍(Dry Farming) 도입, 풍수지리사상에 따라 세운 양조장과 365일 그레고리안 성가가 흐르는 와인숙성고, 최고의 포도를 얻기 위해 한밤중에 작업하는 ‘밤 수확’과 낱알 선별 등은 일부 예시일 뿐이다.
단기간에 칠레 와인산업 자체를 바꾸어 놓은 몬테스의 와인은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몬테스 와인은 1998년 출시 후 지금까지 누적판매량이 900만 병을 돌파했고, 내년에 1000만 병 돌파를 앞두고 있다. “국민와인 몬테스, 와인을 몰라도 몬테스는 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니다. 판매처도 특급호텔부터 전국 주요 편의점까지 다양하다.
와인에 어떻게 입문해야 하는지, 좋은 와인은 어떤 방식으로 골라야 하는지는 와인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반복될 질문이다. 이에 대한 가장 쉽고 간단한 대답으로 “몬테스로 입문하고, 몬테스를 고르라”고 제안한다. 이보다 더 좋고 간결한 대답을 찾기도 어려울 것이다.
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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