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이어 MLCC까지…AI ’병목’ 따라 ETF 투자도 세분화
연방준비제도(Fed)는 어제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차입 비용을 낮추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맞서지 않았다. 워시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견해를 밝히며, 향후 몇 달간 연준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가 순탄치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여기에 채권시장이 전날의 매파적 기조 전환과 연준 관계자들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에 엇갈린 반응을 보이면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이번 결정에는 살펴볼 내용이 많다. 먼저 연준이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3.75~4.0%로 0.25%포인트 인상한 것부터 보자. 이번 인상은 3년 만에 처음이다. 워시 의장은 어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12명 전원의 만장일치로 결정된 이번 금리 인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분명한 사실은 인플레이션이 지나치게 높고, 그 수준이 너무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여름 발표된 인플레이션 지표만으로는 기저 물가 흐름이 의미 있게 개선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최근 CPI와 PPI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면 8월 12개월 기준 전체 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약 3.6%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근원 PCE와 CPI 상승률은 각각 약 3.2%와 2.4%를 기록하고 있다. 6개월 및 12개월 기준으로 모두 3%를 웃도는 상승률을 보이는 품목이 여전히 지나치게 많다.
근원 인플레이션 지표는 일반적으로 연준과 경제학자들이 통화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기저 물가 흐름을 파악하는 데 더 중요한 기준으로 본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함으로써 중앙은행이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집중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란 분쟁이 장기화되고 종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연준이 통상 일시적인 요인으로 간주해 정책 판단에서 제외하려는 에너지 비용 상승의 영향이 최근 연준 관계자들의 판단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워시 의장도 이를 시사했다. 그는 “잭슨홀에서 전반적인 상품 가격 역시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는데, 회의와 회의 사이 기간 동안 이러한 주요 투입 비용 가운데 상당수가 상승했다”고 말했다.
주요 위험은 이란발 충격이 지속될 경우 높은 에너지 비용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기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정학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란발 충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물가 상승의 파급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신호 가운데 하나는 최근 근원 PCE 물가 상승률의 상승세다. 근원 PCE는 헤드라인 PCE와 함께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다. 근원 PCE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최근 다시 높아지며 3%를 웃돌고 있고, 연준의 2% 목표치를 1%포인트 이상 상회하고 있다. 
반면 다른 근원 인플레이션 지표는 이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위 차트에서 볼 수 있듯 완만한 디스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근원 PCE는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예외적인 지표로,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전날 금리 인상에 대한 채권시장의 초기 반응은 엇갈렸다. 인플레이션에 가장 민감한 만기인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5.36%로 소폭 하락했다. 이는 최근 고점이자 2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던 당시보다 소폭 낮은 수준이다.
반면 10년물 국채금리는 수요일 새로운 고점으로 상승했다. 종가는 5.02%로,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단기 전망에서 보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전날 2년물 국채금리가 급등한 것이다. 2년물 금리는 4.74%까지 오르며 추가 금리 인상이 한 차례 이상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장의 확신이 커졌음을 시사했다.
워시 의장은 향후 통화정책 결정에 대한 이른바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는 자제했지만, 연준 관계자들의 전망을 반영한 새로운 연준 전망은 단기적으로 최소 한 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 역시 연말까지 최소 한 차례의 금리 인상을 반영하고 있다.
앞으로 이어질 매파적 통화정책 경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금리 인하와 충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연준이 어제 금리 인상을 결정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미국의 금리는 1% 또는 그보다 낮아야 한다. 미국은 단연 세계 최고의 신용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로 “케빈과 이야기하면서 ‘어차피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테니 위원회와 함께 투표하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달 초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에 “금리를 낮추지 않으면 우리가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국가들과의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요구했다.
이 모든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불확실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연준 압박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 시장이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를 키울 경우 국채금리를 더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추진을 가로막는 진정한 제약은 연준이 아닐 수 있다. 오히려 채권시장일 가능성이 크다. 중앙은행은 정치적 압력을 받을 수 있지만, 수조 달러를 운용하는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과 재정적자, 경제적 위험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우려가 지속되는 한 시장이 대통령이 요구하는 낮은 차입 비용을 제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