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만 묶었더니 외국인이 40%…’삼전닉스 레버리지’ 규제 구멍
10년 전 일본의 두 저축가를 가상해 보자.
두 사람 모두 일정 금액의 자금을 마련해 두었다. 한 사람은 엔화 현금으로 그대로 보유했고, 다른 한 사람은 금을 매수한 뒤 잊고 지냈다.
10년이 지난 지금, 금 보유분의 가치는 375% 급등했다.
귀금속 자체가 특별한 기적을 일으킨 것은 아니다. 같은 기간 달러화 표시 금 가격은 205% 상승하는 데 그쳤다. 동일한 자산, 동일한 기간이었다. 일본 저축가가 거둔 170%포인트의 추가 수익은 금 자체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엔화를 보유한 모든 이들의 발밑에서 엔화 가치가 무너져 내린 결과다.
이것이 사태의 본질이다. 그리고 지난주, 전 세계는 정부가 더 이상 이를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목도했다.
외환당국의 개입, 지원사격에 나서다
지난 7월 31일 금요일, 미국은 공개시장에서 엔화 매수 개입에 나섰다. 미 당국의 엔화 매수 개입은 1998년 이후 처음이다. 미·일 양국이 외환시장에서 공조에 나선 것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엔화 강세를 저지하기 위한 개입 이후 처음이지만, 이번 목표는 엔화 가치의 하방 방어다.

엔화는 지난 7월 23일 달러당 163.86엔까지 밀리며 40년 만의 최저치를 경신했다. 바로 전날 일본 외환당국이 먼저 선제 개입에 나서며 엔화 가치는 단일 세션에서 2.4% 반등했다. 이튿날 미국까지 구원투수로 등판하면서 엔화는 1.2% 추가 상승했다. 추정에 따르면 금요일 단 하루에만 최소 530억 달러에서 최대 9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워싱턴은 왜 움직였는가
그렇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왜 타국의 통화 문제에 직접 개입하는 수고를 감수했을까?
우선 일본은 세계 최대의 미 국채 보유국이다. 특정 국가가 자국 통화 가치를 방어하려면 일반적으로 보유 외환을 매각해 실탄을 마련하는데, 일본의 외환위기 방어용 보유 자산 대부분은 미 국채로 구성되어 있다. 엔화 방어전이 본격화될 경우 시장에 수천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가 매물로 쏟아질 수 있음을 워싱턴이 직시한 것이다.
미 재무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일본의 미 국채 보유액은 1조 2,400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5월 들어 이 수치는 1조 1,400억 달러로 급감하며 정확히 1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여기에는 4월과 5월 사이 불과 한 달 만에 증발한 670억 달러가 포함되어 있다. 지난 1년간 쌓아 올린 국채 매입량이 단숨에 청산된 셈이다.
매각 물량이 쏟아져 나올 미 국채 시장의 여건도 녹록지 않다. 현재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2025년 초 이후 최고치 수준을 기록 중이며, 30년물 금리 역시 19년 만의 최고치 근처에 바짝 다가서 있다. 여기에 일본의 보험사, 연기금, 시중은행마저 자산 유동화에 나설 경우, 이는 단지 도쿄 한곳에 머물지 않는 글로벌 리스크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
이번 시장 개입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점이 포착된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시장 개입 과정에서 미 달러화가 아닌 유로화를 매각해 엔화를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시장에 깊은 의문을 남겼다. "미국은 왜 자국 통화를 직접 활용하지 않았는가?" 동시에 미 연준은 일본 금융당국에 미 국채를 시장에 직접 매각하는 대신 이를 담보로 달러화를 대출받을 수 있는 환매조건부채권(Repo) 기구 활용을 안내했다.
요약하자면, 이번 공조는 일본이 미 국채를 정량 매각하지 않도록 고안된 정교한 구조적 조치다. 미 행정부는 최대 우방이자 최대 채권국인 일본의 국채 대량 투매 가능성을 경계했으며, 이에 따라 한 세대 만에 처음으로 대형 외환시장 개입이라는 정치적 리스크를 감수하기로 결단 내린 것이다.
일본의 전례가 주는 경고
문제는 이 같은 시장 개입 구상이 실효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첫 번째 차트를 다시 살펴보자. 올 4월 30일, 일본 당국은 단독으로 동일한 방식의 시장 개입을 감행했다. 당일 엔화 가치는 단숨에 2.14% 폭등하며 지난 7월 30일보다 큰 단일 세션 상승 폭을 기록했다. 그러나 불과 20거래일 만에 개입 효과는 완벽히 소쇄되며 제자리로 돌아왔다.
일본 최대 금융그룹인 MUFG의 리서치팀 역시 과거 사례를 들어 동일한 한계를 지적한다. 외환시장 개입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받는 1998년 당시에도, 하락 추세가 완연히 꺾이기까지는 추가로 두 달의 시간과 ’아시아 금융위기 기저 동학의 구조적 변화’가 수반되어야 했다. 외환당국의 개입은 근본적 원인이 아닌 증상만을 치료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현재 일본 경제를 둘러싼 ’기저 동학’은 극도로 악화되어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대부분의 원전 가동을 중단한 일본은 여전히 전면 재가동으로 선회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에너지 수입액이 전체 수입액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국이다. 미-이란 갈등 심화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2027년 3월 종료되는 회계연도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0.9%로 하향 조정했다. 반면 일본은행(BOJ)은 인플레이션 수치가 목표치인 2%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엔화가 더 이상 전통적인 금리 차이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수십 년간 엔화는 금리차에 연동되어 작동했다. 투자자들은 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를 통해 차익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이 공식이 완벽히 깨진 것은 미 정부의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부과 조치가 단행된 2025년 4월의 일이었다.

포트폴리오를 지켜낸 핵심 자산
다시 앞서 언급한 두 명의 일본 저축가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금 가치가 일본 가계에 있어 갑자기 마법처럼 뛰어오른 것은 아니다. 엔화 가치가 하락했을 뿐이며, 실물 자산인 금은 그저 제 가치를 방어했을 따름이다. 이러한 현상은 올 한 해 동향만 봐도 명확히 드러난다. 2026년 들

아쉬운 점은 정작 일본 투자자 가운데 금을 보유한 이들이 극히 드물다는 사실이다. 세계금협회(WGC)의 2025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 투자자 중 금을 보유한 비중은 23%~28%에 불과한 반면, 주식을 보유한 비중은 전체의 4분의 3에 달했다. 목표치를 상회하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에너지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며, 당국이 통화 가치 방어를 위해 수백억 달러를 쏟아붓는 국가에서 정작 대부분의 가계는 리스크를 방어할 유일한 자산을 전혀 보유하지 않았던 셈이다.
반면 금을 보유했던 소수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내 금 비중은 1%에서 10% 사이로 집계되었다. 이는 필자가 항상 권고해 온 적정 자산 배분 비중과 일치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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