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지정학적 리스크와 한파
지난주 WTI는 3% 상승해 마감했다. 한주간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게 부각됨에 따라 유가도 강한 지지를 받으며 강세를 보였다.
지난주 솔레이마니 전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이 열린 이란 순교자 묘지(케르만)에서 두 차례의 대규모 폭발 테러가 있었다. 차량 안에 있던 원격 폭탄이 폭발하고 20분뒤 묘지에서 1km 떨어진 곳에서 또 한차례의 폭발이 있었다. 이번 사건으로 사망자는 100명이 넘어섰으며 당시 성난 군중들은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란 최고 종교지도자인 하메네이도 “신의 뜻으로 강경 대응할 것”이라며 복수를 다짐했고 이란 혁명수비대는 전면전 준비에 나섰다. 미국은 이번 테러에 대해 이스라엘이나 미국의 개입 가능성을 일축했으나 이란은 이번 일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며 확전 가능성을 높였다. 이번 사건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이란 종교 도시 곰의 잠카런 모스크 돔 정상에 붉은 깃발이 계양됐기 때문이다. 잠카런 모스크의 붉은 깃발은 순교의 피가 흐를 격렬한 전투가 임박했다는 상징물로 이슬람과 이란이 적에게 보내는 최고로 강한 선전 포고다. 2020년 당시 솔레이마니의 사망 직후 붉은 깃발이 계양되었고 이후 이란의 민간기 격추(172명 사망),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 이라크 주둔 미군 기지에 대규모 공격 등이 있었으며 이란은 10월 발생한 하마스의 대대적인 이스라엘 공격이 2020년 있었던 솔레이마니 암살에 대한 보복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란 정부나 이란혁명수비대 입장에서도 대규모 테러로 사망자가 100명 이상 발생한 상황이기 때문에, 분노가 극에 치달은 자국민들에게 인정받을 만한 수준의 보복을 자행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추가적인 지정학적 리스크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베이루트(레바논 수도)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북부 메론 공군기지에 미사일 62발을 발사해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가장 수위 높은 공격을 단행했다. 북 가자 지구에서 하마스 섬멸을 마무리한 이스라엘은 현재 남 가자 지구에 공격을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헤즈볼라와의 대대적인 확전 가능성, 이란의 직접 개입 가능성까지 고민하며 싸워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현재 미국 블링컨 국무장관이 중동 지역을 방문해 폭력을 고리를 끊기 위해 노력 중이나, 중동 지역내 미국의 낮아진 위상과 억제력 때문에 쉽지 않아 보인다. 중동 지역내 지정학적 리스크 영향에 한주간 유가는 상승 압력이 우세할 전망이다.
한편 천연가스 가격은 한주간 15.1% 상승했다. 지난주 미국내 주간 천연가스 재고(-260억cf)가 시장 예상치를 소폭 하회했으나 1월 중순 날씨가 제트 기류 약화로 Polar Vortex(극 소용돌이)가 남하하면서 미국과 유럽, 아시아 지역 날씨가 예년보다 추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주목받으며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이번 전망에서는 상대적으로 추위에 취약하고 민감한 텍사스(미국내 최대 천연가스 생산(15.1%), 소비(25.1%) 주)의 온도 급강과 영하 날씨 예보를 포함하고 있는 만큼, 일각에서는 공급 차질 이슈까지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전지역에 걸친 현물가 강세와 생산량 감소, 한파 예보로 인한 겨울철 난방 수요 증가 가능성 영향에 천연가스 가격은 한주간 상승 압력이 우세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