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WTI는 전일 OPEC+ 회의 연기 보도 이후 한때 5% 이상 급락하기도 하며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다가 장 후반 하락 폭을 만회하며 1%대 하락으로 마감했다. 26일 예정됐던 OPEC+ 회의가 연기됐다. OPEC 홈페이지에도 다른 이유에 대한 특별한 설명 없이 ‘25일 예정된 JMMC 회의와 26일 예정된 OPEC+ 정례회의가 30일로 잠정 연기되었다’라고만 발표됐다. 통상적으로 OPEC 회의 이전 주요국들간의 의견 조율과 더불어 회의의 전체 방향에 대해 선제적으로 논의하며 이때 관련 내용들이 내부 관계자들의 제보를 통해 보도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회의 연기는 의견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맹주국인 사우디와 다른 국가들간의 강한 이견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른 이유였다면 시장에 혼란과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적인 이유를 발표했을 것이다.
사우디는 기존 합의된 감산 이외에도 100만bpd 추가 감산을 통해 유가 하락을 방어해왔다. 자국내 원유 재고를 소진하고 재정 적자와 역성장을 감내하면서까지 방어하고자 했으나 최근 수요 둔화 조짐에 유가가 하방 압력에 보다 강하게 노출됨에 따라 그 노력이 무색해졌다. 설상 가상으로 UAE에게는 내년 1월부터 20만bpd 증산을 약속(이부분도 사우디와 마찰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데다 멕시코는 생산 목표를 전혀 지키지 않고 있으며,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 감산 면제국들은 열심히 증산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회의 안건에서 가장 큰 이견을 보인 부분은 아프리카 산유국들의 생산 목표량에 대한 부분으로 추정된다.
지난 6월 회의에서 앙골라, 콩고,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주요 생산국이 생산 목표량 대비 생산량이 낮았던 것을 사우디에게 지적 받으며 일부 대표단은 화가나 회의장을 이탈하기도 했는데, 이번 회의에서 사우디가 같은 요구를 하고 나선것으로 풀이된다. 아프리카국가들은 코로나 이후 역대급 감산으로 자금난을 겪으며 지속적인 투자와 유지보수에 어려움을 겪었고 그 결과 생산량이 꾸준하게 감소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사우디는 당시 강압적으로 작년 12월부터 금년 4월까지의 생산량을 근거로 현재 생산 목표량이 너무 높다며 자발적으로 추가 감산을 통해 생산 목표량을 낮출것을 요구했다. 또한 당시 회의에서 아프리카 생산국들에게 이번 회의까지의 생산량을 토대로 새로운 생산 목표를 결정하는 것에 대한 구두 합의가 있었다. 문제는 최근까지도 이들 대부분이 생산 목표량을 하회했다는 점이다. 사우디는 최소 내년 1분기 혹은 길게는 내년 말까지 추가 감산 100만bpd를 연장하면서 아프리카 국가들에게는 생산 목표 하향(추가 감산)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생산 목표량 하향 조정을 반대하는 이유는 실제 생산량 자체에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어찌되었던 지국만 희생 한다는 인식이 있고, 다른 면제국들은 대놓고 증산을 하고 있으며, 생산 목표는 한번 내리기는 쉬워도 올리는 것은 매우 어려워 향후 증산에 매우 큰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번 회의의 주요 목적으로 유가 부양이 아닌 하방 압력 저지에 있기 때문에, 대대적인 OPEC+의 추가 감산 결정이 아닌 일부 국가들의 희생 여부에 달려있다. 다만 문제는 모두가 ‘나만 아니면 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