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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주식투자 지식을 바탕으로, 과거 증시가 쉬웠다고 보지 마시라

입력: 2023- 08- 29- 오후 03:08
KS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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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사람들은 현재 자신이 알게 된 주식투자 지식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떨지 혹은 예전 주식시장은 참으로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쉬웠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이렇게 저렇게 투자"하면 엄청난 수익을 내는 게 내 눈에 훤히 보이는 듯한데, 이상하게도 주변에서 주식투자로 수익을 만들었다는 이들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저 "정말 저 시대 참 좋은 시장인데 그것을 놓치다니 바보들…."이라고 무시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현재 만만치 않은 증시 상황에 놓인 투자자 본인이 불쌍하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단도직입 : 2000년대 중반을 부러워하는 개인투자자, 돌아가도 힘든 건 똑같다!

2000년대 증시를 부러워하는 개인투자자분들이 은근히 많습니다. 특히 가치투자 기반의 퀀트를 연구하는 이들 사이에서 이런 현상이 유독 심하게 보이더군요.

"대충 저평가된 종목으로 포트폴리오 꾸려도 대박 났던 시절 아님?“
"저 때 수익을 못 냈다고? 바보 아냐?“
"내가 저 시절부터 투자했다면 10배, 100배는 벌었겠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경제 성장률도 안 좋고 비관적이야."
등등

2000년대 증시를 부러워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자신이 현재 암울한(?) 증시 상황에 놓여있는 지금 현실을 비관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 그 시절로 돌아가면 과연 지금 보이는 것처럼 주식투자가 쉬웠을까요?

잠시 눈을 감고 많은 투자자분이 부러워하는 2000년대 랠리의 시작 2003년으로 타임머신처럼 돌아가 보겠습니다.
자 여러분은 2003년 3월 오늘로 돌아갔습니다. 지금 눈에 무엇이 보이시나요? 아마도 TV 뉴스에서 쏟아지고 있는 미국의 2차 이라크전 뉴스가 눈에 보이고 있을 것입니다. 그 당시 미국은 2차 이라크전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로 인하여 유가 폭등과 함께 전 세계는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증권가 리포트와 뉴스들을 보시게 될 것입니다.

과거로 돌아간 여러분 과연 그 분위기에서 주식투자의 카드를 꺼내 들 수 있을까요? 마음이 강한 분이더라도 아마 식구들의 강력한 만류로 주식투자를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IMF 사태와 2000년 IT버블 붕괴로 여러분이 타임머신을 타고 오기 전에 이미 가계 자산이 거덜 났기 때문이지요. "투자할 돈이 없어요."

아차차…. 여러분이 아시는 투자 지식을 가지고는 왔지만, 돈을 가지고 오지 못했군요.
(마치, 영화 속 터미네이터도 과거로 돌아갈 때 벌거벗은 몸만 돌아간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그즈음 주변을 보니 여기저기 길거리에서 신용카드를 그냥 발급해 준다고 합니다. 생각 해 보니, 내 머릿속에 있는 투자 전략은 엄청나기에 카드빚을 땡겨서 시작하면 된다 생각하고 카드를 여기저기 발급받고 카드빚을 내어 주식투자를 시작하시는 여러분은 비록 타임머신을 타고 와서 종잣돈은 없지만 카드가 있다 보니 엄청난 수익률을 만들 수 있을 듯합니다.

누군가 살짝 얘기합니다. 개인투자자라면 하이닉스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말입니다. 카드빚 중 절반은 내 전략으로 사용하고 절반은 하이닉스로 단타 틱 띠기를 해 보기로 합니다. 그 시절 하이닉스는 개인투자자의 놀이터였지요. 하지만 얼마 뒤 감자 사태로 인해 크나큰 투자 손실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건, 내가 원한 상황이 아닌데?“

2000년대 중후반 증시 부러워하지만, 막상 그 시절로 돌아가면

그래도 카드빚으로 땅긴 투자금 중 상당 부분 남아있기에 내 투자 전략을 이어갑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경제신문과 정치권에서 계속 경제가 파탄이 나고 제2의 IMF 사태가 터질 것이라 경고합니다.

"저건 시장 노이즈야~~ 무시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매일 같은 뉴스를 보다 보니 마음속이 점점 불안해집니다. 2004년 봄 때마침 차이나 쇼크와 당시 대통령에 대한 야당 공세가 이어지니 심리적인 공황 상태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잠시 생각해 보니 카드 이자도 갚아야 하는데 이자가 2010년대와 비교도 안 될 금리여서일까요, 21세기 퀀트 전략으로도 이자 갚기 급급합니다. 이런 상황에 2004년 상황을 맞으면서 애간장은 녹고 때마침 카드 대란이 심각하게 터지면서 경제 파탄 난다는 얘기가 사실처럼 들립니다.

”아…. 맞아 과학자들 말대로, 내가 온 과거는 또 다른 과거이기에 역사는 반복되지 않는 것일지도 몰라. 내 투자 인생 망가졌네! ㅠㅠ 카드빚은 어떻게 갚나….”

그렇게 2004년 손절매를 한 여러분은 큰 손해를 보고 매도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후 2005년 폭등장을 보고 "역시 합리적인 21세기 투자 방법을 계속 썼어야 했다"라며 다시 미래의 투자 방법으로 투자를 시작하지만 2006년 횡보장 속에 마음속 갈등이 일어납니다. "가치투자 퀀트는 이 시기에도 대박 났어."라고 마음 한편에서 생각하지만, 갑자기 마음 한쪽 편에서 문득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2006년에 터지는 건 아닐까 불안해집니다. 그때 식구들의 새로운 압박이 가해집니다.

"주식투자로 수익도 제대로 못 내면서! 집 사야지! 2006년 올여름부터 폭등해서 이젠 집도 못사는 상황이 되고 말았어! 주식에 투자하던 돈 모두 다 빼"

그 압박은 당시 주식투자를 하는 이들 중 대다수의 가정에서 발생한 엄청난 압박이었지요. 그저 과거로 돌아가서 현재 생각한 전략만 쓰면 대박 날 줄 알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결국 주식투자금은 모두 식구들에 의해 모두 청산되고 그 돈은 2006년 연말 집을 사는데 올인하게 됩니다. (※ 그 당시 대부분 가정이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부동산 상투가 서서히 만들어지고 있었지요)

후견지명은 누구나 가능, 중요한 것은 현재를 이겨내는 힘

앞에서 지금의 투자 지식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갔다면 어땠을까’라는 상황을 상상 해 보았습니다. 누구나 후견지명을 가지고 "옛날에 그때 그렇게 해야 했어."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때로 돌아가도 현실적인 여러 가지 이유로 그리고 투자심리의 영향으로 생각처럼 투자할 수 없게 됩니다.

굳이 과거로 돌아가지 않아도 그 시대를 지나온 투자자들을 부럽다고 생각하시겠습니다만 앞서 언급 드린 상황처럼 그 시절 개인투자자들은 지금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더 어려운 투자 환경에 있었고, 투자금을 순식간에 날리는 이들이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일비재하였습니다.

그러하기에 후견지명을 가지고 과거를 부러워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20년 전, 1999년 당시 주식투자를 시작한 필자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그 이전 10여 년 전인 80년대 중후반은 묻지마 증시 폭등이 있었지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85년에 지수 100p에서 사고 쥐고만 있어도 89년에 1,000p 되어 10배 가까이 버는 거 아니야?"
그런데, 그 해 99년 그 80년대 중후반 같은 강력한 상승장이 바로 찾아왔습니다.

중요한 것은 과거를 부러워하기보다, 현재 시점에서 다시 그 상황이 찾아왔을 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생각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지식과 지혜를 여러분이 갖추었다면 그 능력은 선견지명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 이를 실천하는 것은 더 중요한 덕목이겠지요?
(※ 아마 지식을 가지고 있어도, 많은 이들은 실천하지 못할 것입니다. 여기서 고수와 하수가 갈리게 되지요. 인간의 역사는 반복됩니다. 80년대 중후반 증시를 보고도 2000년대 중후반 증시를 괴로워했던 대다수 개인투자자처럼 말입니다.)

2023년 8월 29일 화요일
lovefund이성수 (CIIA, 가치투자 처음공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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