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은 주식투자 자금이 많으면 많을수록 시장에서 수익을 만들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개인투자자는 종잣돈이 작기에 손실만 누적된다는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오늘 증시 토크에서는 고정관념을 살짝 벗어나 조금 발칙한 상상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것은 바로 "주식투자 자금이 커지면 커질수록 실제 투자에서 어떤 현상이 나타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오늘 글에서 접하게 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신다면, 여러분은 주식투자의 시각이 확 넓어지시게 되실 것입니다.
(※ 오늘 증시 토크는 독자님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왔갔다고 가정한 픽션입니다.)
발칙한 상상 : 99년 새롬기술과 2007년 현대미포조선을 매매하는 상승 속에
빽투더퓨쳐~! 과거로 돌아가는 가정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글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과거 사반세기 전으로 돌아간 후에도 미래가 똑같이 반복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여러분의 투자자금은 거의 사반세기 전인, 24여 년 전 그래도 나름 큰 자금은 1억 원으로 시작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과거로 돌아간 여러분들은 1999년 여름에 상장된 새롬기술의 주가를 보게 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오기 전, 새롬기술이 99년 여름 이후 50배 이상 상승한 것을 보았기에, 과거에 돌아온 당신은 여기저기 돈을 끌어와 1억 원으로 새롬기술을 사기로 합니다. 그 당시의 1억 원은 매우 큰 돈이었고 증권사에 가니 VIP 수준의 대우를 받습니다.
1999년 8월 급한 마음에 새롬기술을 사기 위해 1억 원을 모두 매수 주문을 넣어 봅니다. 하지만 체결이 되지 않고 매일 점상한가만 치고 올라갑니다. 점상한가가 풀리면 매수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한 달을 기다리니 주가가 조금씩 밀리고 있습니다.
이때부터 사야겠다고 매수 주문을 넣으니 가격 호가가 너무 차이 납니다. 내가 원하는 가격에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하는 웃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던 것이지요. 그래도 현재 2023년에서 가지고 온 자료에서는 10월부터 주가가 상승하니 빨리 매수해야만 했습니다. 다만, 1억 원을 한꺼번에 주문 넣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몇 호가 아니 상황에 따라서는 내 주문이 상한가를 만들 수도 있었습니다.
며칠에 걸쳐 분할매수하고 나니 10월이 찾아왔고 역사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주가는 중간에 액면분할을 거쳐 50배 상승하였고 연말쯤 닷컴 버블 속 폭증한 거래대금 속에 50억 원이 된 투자금을 매도하여 차익 실현합니다.
다행히 매도할 때는 새롬기술의 주가가 폭등한 후인지라 거래대금이 하루 수천억 원이었다보니, 한 시간도 안 되어 모든 물량을 매매에 큰 불편함 없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 개인투자자로서는 큰 투자금이었지만 그래도 거래대금과 시총이 큰 종목이었기에 무리 없이 정리할 수 있던 상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이후부터가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현대미포조선 2003년 매집 때부터 개인투자자에게 생소한 매매 문제가 발생하는데.
타임머신을 타고 오기 전, 여러분들은 2003년 연초 현대미포조선을 매수하고 2007년에 매도하면 100배에 이르는 주가 상승이 나타난다는 것을 숙지하였습니다. 새롬기술로 벌은 50억 원의 투자금을 가지고 2003년 연초부터 현대미포조선을 매수하기로 여러분은 결정합니다. 그런데 새롬기술 때 1억으로 매수를 시작할 때와 다른 상황이 눈앞에 나타납니다.
하루에 거래대금이 1~2억 원 수준이다 보니 50억 원을 하루 만에 집행할 수가 없습니다. 내가 매수 주문을 넣었다가는 상한가에 들어가서 나 자신이 주식을 살 수 없는 불리한 상황이 만들어질 것이 뻔합니다. 그 상황을 접하다 보니 현대 투자론 학파들이 주장하는 "시장은 효율적이다"라는 말은 헛소리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현대 투자론에서는 시장은 완벽하여 내 자신의 매매가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있는데 나 자신의 매매가 며칠 연속 상한가 만들 수도 있는 것을 생각하니 아찔합니다.
또한 타임머신을 타기 전, 타임머신을 만든 박사님께서 "과거 세상을 변화시키지 않게 조심하라!"는 말을 떠올리니 주가를 최대한 역사와 맞추며 매매하기가 난감합니다.
하루 거래대금이 10% 미만에 영향을 미쳐야 내 매매가 2003년 과거를 바꾸지 않게 되는데 이거 참 난감합니다. 그래도 새롬기술 때는 투자금 1억 원 정도로 부담 없었기에 며칠 분할 매매하여 세팅이 완료되었지만, 하루에 수억 원에 불과한 2003년 초 현대미포조선을 보니 거래대금에 10% 정도만 체결하였을 때 몇 달이 걸릴 게 뻔하였습니다.
(※ 지금 현재 독자님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왔다고 가정한 상황입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온 첫날인 1월 첫 거래일부터 매매를 시작합니다.
하루 거래대금에 10% 정도만 체결시키려 하니 하필 그날 거래대금이 1억 원도 안 되어 1천만 원도 안 되는 자금만 집행하였습니다. 이런 식이면 50억 원을 매수하려면 500일이 걸려야 매수가 완료될 판입니다. 그래도 꾸역꾸역 매일 매수를 집행해 나갑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미국이 이라크와 전쟁을 한다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그 결과 거래대금이 계속 위축되는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타임머신 타고 오기 전 조회했던 현대미포조선의 최저점인 2003년 3월 말에 매수가 완료되어야 하는데 하루 거래대금에 10% 정도만 매수하니 1월 초부터 3월 말까지 매수한 금액이 겨우 50억 원에 1/10도 안 되는 8억 5천만 원에 불과합니다. 갑자기 아찔 해 집니다. 이러다 주가가 튀어 오르면 100배 주가 수익을 모두 못 취할 텐데 말이죠.
힘들지만 꾸역꾸역 매수하고 나니, 반년이 지난 2003년 6월 20일이 되어서야 50억 원을 모두 집행할 수 있었습니다. 시장 충격 없이 매수하려니 50억 원의 자금으로도 6개월이 걸린 것입니다.
저절로 욕이 나옵니다. "아!! 이런, 누가 시장은 효율적이라고 헛소리했어! 이 유진 빠마야!!!"
평균단가가 5천 원에 이르니 머릿속에서 맴도는 3천 원대 초중반 주가와 너무 괴리가 발생해 있습니다. 다행히 주가는 예정대로 상승하기 시작합니다.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로 돌아왔다가 2007년으로 다시 이동하기로 합니다.
2007년 11월 초로 타임머신을 타고 이동해 오니 그래도 주가가 39만 원까지 올라와 있어 매입가 5천 원 대비 80배 가까이 올라와 있습니다. 대략 4,000억 원에 이르는 투자금이 되었으니 대박이 난 것은 맞습니다만 무언가 조금 찝찝한 게 있습니다. 그 이유는 처음 타임머신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새롬기술 100배 그리고 현대미포조선에서 100배 벌어 1만 배를 불릴 예정이었지만 괴리가 제법 큽니다.
문제는 매도하는 과정에서 나타납니다.
주가가 크게 상승한 현대미포조선이지만 하루 거래대금이 500억~1천억 원 수준입니다. 4천억 원을 매도하기에는 무언가 불안합니다. 하루 100억 원씩 매도하여도 40일(2달) 이상 걸릴 가능성이 큽니다. 총보유주식 100만 주를 어떻게 팔아야 하나 계산 해 보니 더 답이 없어 보입니다.
2007년 11월 첫날부터 매도를 시작합니다. 첫날 1만 1,454주 매도.
이렇게 매도를 이어가다 보니 2008년 1월 14일이 되어서야 모든 주식을 매도할 수 있었습니다. 총매도 금액은 거의 석 달여 동안 2007년 11월 첫날 계산한 4천억 원이 아닌 3천억 원 수준. 그 사이 주가가 하락하였기 때문입니다.
타임머신을 타기 전에는 11월 최고점에서 딱! 매도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입니다.
미래 정보를 100%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말입니다.
거대자금일수록 : 가볍게 움직일 수 없다.
위의 가상 스토리 재미있게 보아주셨는지요? 과거의 데이터를 정확히 들고 과거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상상 속의 수익률을 만들지 못하였다는 것을 위의 내용에서 실감하셨을 것입니다.
100배씩 두 번을 벌어 1만 배로 불린다는 계획은 실패한 것은 아니지만 그 규모가 작아진 3천 배 수준에 그쳤습니다. 그리고 이 매매 과정에서 거대자금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1999년 처음 1억 원 수준의 투자자금은 크긴 크지만 개인투자자도 가볍게 움직일 수 있는 자금 규모이기에 주가에 큰 영향 없이 원하는 시기에 매매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1999년 말 매도할 때는 규모가 커진 자금을 매도하는데 어려움이 조금씩 나타났고, 2003년 현대미포조선을 매매할 때는 시장 전체 침체 분위기 속에 거래대금도 줄어들어 매집하는데, 반년이라는 세월이 걸렸고 원하는 최저점의 가격에 살 수가 없었습니다.
2007년 수천억 원대 투자자금이 되어 매도할 때는 매도하기가 어려워 높은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석 달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하였으며 과거 자료상 최고점인 39만 원 선에서 정확하게 매도하지 못하고 주가 하락 속에 평균 30만 원에서 매도하게 됩니다.
위의 상황에서 거대자금은 100% 정확히 흘러가는 주가 상황에서도 불리한 상황이 만들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투자 금액이 1억 원보다 낮은 현실적인 개인투자자라면 어떠했을까요? 현대미포조선에서 수익률 100배를 모두 누렸을 것입니다. 그리고 원하는 최저점과 최고점에 정확히 매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개인투자자의 가벼운 몸은 투자에 있어서 매우 강한 장점을 가지게 됩니다.
본인 스스로가 주가를 요동시키지 않아 자신의 정체가 노출되지 않고 포트폴리오를 꾸리고 분할 매매하였을 경우 가볍게 단시간에 매매를 완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대자금은 그렇게 가볍게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펀드나, 연기금 등이 다이나믹하게 고점에 모두 매도하고 저점에서 전량 매수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는 투자자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기에 이것이 가능합니다.
글이 너무 길어졌군요. 만약 독자님들께서 이를 이해하신다면 여러분의 투자는 몇 단계 레벨업 되실 것입니다. 중요한 시장 속성을 이해하셨을 것이기에.
2023년 6월 23일 금요일
lovefund이성수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CIIA,가치투자 처음공부 저자)
[증시토크 애독 감사드리며 글이 좋으셨다면,좋아요/추천/공유 부탁합니다.]
[ “lovefund이성수”에 대한 관심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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