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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시장: 사우디아라비아, 감산을 무기로 약세론 위협

입력: 2023- 05- 25- 오후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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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rani Krishnan

(2023년 5월 24일 작성된 영문 기사의 번역본)

  •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장관, 추가 감산으로 공매도자들 고통 줄 것이라고 위협
  • 미국 주간 재고량 급감으로 유가 상승했지만 시장은 신중한 태도 유지
  • 공급 불균형은 여름 내내 유가를 상승세로 이끌 수 있어

“난 유가 약세론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알고 있지. ‘생산량이 유지될까, 아니면 줄어들까?’ 고민하고 있겠지. 솔직히 말해서 우리도 잘 몰라. 어쨌든 OPEC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카르텔이고, 너희들이 쓸데없이 간섭하는 경우엔 그냥 완전히 쓸어버릴 수 있지. 약세론자들은 한번 자문해 봐야 할 거야. 정말로 운이 좋다고 느끼는지 말이야.”

필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 장관이 감산이라는 무기를 손에 들고 공매도자(short-seller)들에게 이렇게 말하면서 도발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6월 4일 OPEC 회의에서도 마치 할리우드 영화 ‘더티 해리’(Dirty Harry)의 한 장면 같은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

영화 ‘더티 해리’에 등장하는 형사인 해리 캘러한(Harry Callaghan)으로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기를 즐기는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장관은 이번 주 화요일에 다시 공매도자들에게 아픔(ouch)을 줄 수 있다며 조심하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도하에서 열린 카타르 경제 포럼(Qatar Economic Forum)에 참석한 압둘아지즈 빈 살만 장관은 처음에는 “다른 시장과 마찬가지로 원유시장에도 투기꾼들이 있어야 한다”며 철학적인 발언을 했다. 그런 다음 그는 정곡을 찔렀다.

“나는 그런 투기꾼들이 아픔을 줄 것이라고 계속 조언하고 있다. 4월에 이미 그랬다. 난 카트를 보여 줄 필요도 없고 포커 플레이어도 아니지만…그냥 조심하라고 말한다.”

‘아픔’(ouch)이라는 표현은 압둘아지즈 빈 살만 장관이 OPEC+에서 감산을 발표함으로써 유가 약세론에 타격을 입히려는 의도를 나타낼 때 선호하는 표현이다.

지난 4월 초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OPEC+는 기존의 일일 200만 배럴 감산에 더해 170만 배럴을 더 감산한다고 발표했다.

4월에 원유 감산이 발표된 이후 유가는 2주 동안 상승했으나 4주 동안에는 다시 하락하면서 15% 떨어졌다. 이전 감산의 결과는 더 좋지 않았다. 지난 3월에는 유가가 단 며칠 동안만 상승한 이후 15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화요일에는 추가 감산에 대한 위협으로 유가가 장 초반에 2% 이상 상승하기도 했으나 상승폭은 줄어들어 1.28% 상승으로 마감되었다.

수요일에도 유가가 상승했지만, 압둘아지즈 장관이 투기 세력에게 보낸 경고에 대한 반응이라기 보다는 미국 소비 데이터 호조와 캐나다 산불이 대미 원유 수출에 미치는 영향으로 인한 것이었다.

온라인 트레이딩 플랫폼 오안다(OANDA)의 애널리스트인 크레이그 얼람(Craig Erlam)은 공매도자들이 미국 채무불이행 가능성과 글로벌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시기에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장관이 예전처럼 공매도자들에게 현저한 공포를 불러일으키지는 못할 수 있다고 전했다.

“말보다 행동이 더 중요하며, 트레이더들은 작년 두 차례 상당 규모 감산 발표로 시장이 잠시 흔들렸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에 동요하지 않았다. 유가는 12월부터 3월 초 그리고 4월 수준 아래 머물고 있지만 최근 모멘텀은 더 강해졌다.”

최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OPEC+ 감산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아지즈 장관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결정한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는 감산량 대부분을 자국이 부담하겠다고 제안함으로써 나머지 동맹국들의 저항을 거의 받지 않을 수 있다.

생산량을 줄이기 위한 OPEC+차원의 노력과 연대로 꾸며졌지만, 사실은 매번 사우디아라비아가 무임승차를 기대하는 다른 산유국들이 미미하게 지지하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감산이라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선의에 편승하는 동맹국 중 최악의 동맹국은 원래 최우방국으로 여겨졌던 러시아다.

서류상으로는 러시아가 연말까지 일일 50만 배럴을 감축하기로 되어 있다. 하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3월 러시아의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은 2020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증가해 하루 60만 배럴이 늘었다.

러시아의 석유제품 매출은 127억 달러로 1년 전보다 43% 감소한 상황이다. 왜냐하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G7의 60달러 유가 상한제과 각종 대러 제재로 인해 대폭 할인을 협상할 수 있는 제한된 고객에게만 판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중국과 인도 등 친러 국가들과 협력했다. OPEC+ 내에서 러시아를 수용하기 위해 뒤로 물러선 것이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러시아를 지원하는 동기가 완전히 이타적이 것만도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러시아가 OPEC+를 탈퇴할 경우 동맹이 붕괴될 것이고, 이는 OPEC 존립마저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러시아는 하루 97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고 1,060만 배럴을 생산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바로 뒤에 위치하는 산유국이다.

러시아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나름 가장 좋은 가격으로 원유를 판매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러시아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이상한 점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러시아를 더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에서 집계한 케이플러(Kpler) 데이터에 따르면, 3월 첫 열흘 동안 사우디아라비아는 러시아에서 거의 250만 배럴 규모의 디젤 유형 연료를 수입했는데, 이는 지난 6년 중 최대량이다.

표면적으로는 러시아산이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브랜드로 바뀐 막대한 양의 디젤이 유럽으로 유입되면서, 제재 대상 원유 및 연료 제품이 경로를 변경해 글로벌 원유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물론 유럽인들은 중국과 인도가 판매하는 재활용된 러시아산 에너지 제품만큼이나 사우디아라비아산 디젤 연료의 원산지를 잘 알고 있다.

뉴욕 에너지 헤지펀드 어게인 캐피털(Again Capital)의 설립 파트너인 존 킬더프(John Kilduff)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것은 이익에 관련된 것이며 어떤 국가도 원유가 부족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G7 및 미 재무부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지만, 러시아가 원유를 팔아서 얻는 수익이 적기 때문에 괜찮다는 입장이다. 러시아는 여전히 돈을 많이 벌고 있고, G7은 러시아의 수익을 줄이고 싶어 한다.”

“우리는 거의 모든 원유가 팔리고 있는데 왜 유가 강세론자들이 계속 러시아산 원유를 대체하는 것을 요인으로 거론하는지를 질문해야 한다. 글로벌 원유 상황은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이 아니라, 초강세장이라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 OPEC+에서 생산량을 무리하게 줄인 것이다. 수요는 팬데믹 이전인 4년 전 수준에 불과하고 앞으로 조금 더 나아질 수 있을 뿐이다.”

IEA는 올해 총 원유 수요가 2019년보다 일일 20만 배럴 정도 많은 9,970만 배럴로 전망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지금부터 여름까지 항공, 도로, 해상 여행에 대한 일반적인 원유 수요 급증을 고려할 때 OPEC+가 자신들의 변덕에 맞게 시장을 조정할 수 있는 우위를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5월 26일부터 29일까지 메모리얼 데이 연휴 기간 동안 4,230만 명이 도로 여행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년 대비 7% 증가한 수치로 2022년의 3,960만 명보다 270만 명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SKCharting.com의 수석 기술 전략가인 수닐 쿠마르 딕싯(Sunil Kumar Dixit)은 특히 WTI유브렌트유의 기술적 지표도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 지금의 모든 여건이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 과소평가될 수 없다고 말한다.

“WTI유는 전략적 구간 72.70달러~72.20달러 위에서 안정세를 유지하면서 73.80달러를 돌파해 다음 목표인 74.60달러 및 75.50달러를 향할 수 있다. 한편, 브렌트유는 76.70달러 이상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고 77.80달러를 상방 돌파한 이후 78.40달러 및 78.80달러까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OPEC+에서 6월 4일에 또다시 감산을 결정한다면, 시장은 이전보다 조금 더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여름철 여행이 줄어들면서 그 영향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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