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연초부터 한국 증시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며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3월에 주식시장에 문을 두드린 사람은 높은 수익률을 보며 연일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주변에는 주식을 하지 않으면 ‘벼락거지’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이렇게 개인투자자(개미)가 웃을 수 있을 날이 마침내 왔다. 불과 수년 전만 하더라도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매수에 쉽게 흔들리는 시장을 보고 ‘개미만 털린다’라는 볼멘소리가 다분했다. 그러한 부정적인 생각도 점차 바뀌고 있다. 개미가 증시를 주도하고, 떠받치는 시대가 도래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가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에서 순매수액만 63조8074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24조7133억원, 기관은 36조85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 속에서 홀로 순매수를 지속한 개인투자자 덕분에 증시는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리며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정부도 이러한 개인투자자를 독려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3월 공매도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한편, 증권거래세를 인하하며 투자 활성화를 제고했다. 기준금리 0.50%, 저금리 시대에 늘어난 유동성이 재창출 효과가 미비한 부동산으로 흐르는 것보다, 투자-실적-수익-투자로 이어지는 증시가 산업 지원에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투자 형태도 변했다. 과거 증권사에 상주하며 하나의 정보를 얻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면, 이제는 각종 매스미디어의 정보 가운데 꼭 필요한 정보만 가려내는 스킬이 더 부각되고 있다. 증권사 객장, HTS(홈트레이딩시스템)에서 상주하는 개인투자자는 고대 유물처럼 여겨지고 있다. 모바일로 장소, 시간에 제약 없이 1020세대도 쉽게 접근하고 있다. 또 간접투자인 펀드보다 직접 투자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물론 개인투자자의 과열 투자에 우려도 있다. 바로 빚을 내어 투자하는 ‘빚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개인 신용잔액은 20조1223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섰다. 2019년 말(9조2133억원) 대비 2배를 상회했다. 빚투가 많아져 주식시장 위험성도 커졌다는 의미다. 빚투는 증시 폭락 시 증권사 반대매매까지 들어올 경우, 가계부실을 양산할 우려가 있다. 그러한 금액이 커질수록 위험성은 더 커진다.
2월부터 코로나19 백신,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밝다. 그러나 아직 미흡한 부분은 남아있다. 정부가 바라보는 시선이다. 정부는 지난해 폭락하는 주식시장을 떠받치며 ‘동학개미운동’이라고 치켜세우고, 개인투자자가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고 약속했다. 그런데도 호황장이 계속 이어지자 대출을 조이고, 규제 소리부터 흐르고 있다. 여기에 공매도를 두고 아직까지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서 개인투자자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동학농민운동’의 녹두장군 전봉준은 믿었던 옛 지인 김경천의 배신으로 참혹한 말로를 맞았다. 한국 증시를 떠받친 동학개미운동의 주역인 개인투자자도 믿었던 정부가 칼을 거꾸로 잡으면 126년 전 사태와 데자뷔가 일어난다. 개미에 볕든 날이 불과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피폐해진 생활 속에서 볕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 투자 친화적인 시장 환경 조성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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