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증시 수급 주체별 매매 동향과 주가지수를 같이 보다 보면 의아한 느낌을 받으셨을 것입니다. 증시는 뜨겁게 상승하는데 눈에 띄는 매수 주체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개인, 기관, 외국인 모두 오전 10시 40분 현재 1,000억 원도 안 되는 순매수/순매도 규모로 최근 수급 흐름에 비한다면 귀여운 수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요?
그 구조적 이유에 대해 이해한다면, 한국증시 멀티플의 상향은 어쩌면 필연적일 수밖에 없음을 실감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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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수급 주체가 못 사서 애간장 탄다 : 매물 증발, 매물 공백 현상
코스피, 코스닥 양 시장이 오늘 아침부터 1% 넘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 상승세라면 3대 수급 주체인 개인, 기관, 외국인 중 한 주체가 수천억 원에 이르는 순매수를 기록해야 할 터인데 오전 10시 40분 현재 개인, 외국인, 기관 중에서 1,000억 원 넘게 순매수하는 매수 주체는 없고 그저 개인과 기관만이 코스피 시장에서 수백억 원대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튀는 수급 주체 없이 증시가 뜨거운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바로 모든 수급 주체가 급하게 매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이든 기관이든 외국인이든 그 안에 매수/매도가 공존하는데 이 중 매수해야 하는 투자자들은 급한 마음에 호가를 올리면서 매수하고 매도하는 투자자는 높은 매도호가에 걸어놓는데 체결되고 있는 것입니다.
매수하려는 투자자들이 급하게 사들이며 위 호가를 높여가며 매수하는데 생각보다 매도물량이 적다 보니 주가가 견인되고 있는 상황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즉, 매물 증발과 매물 공백이 한국증시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치, 고전소설 허생전에서 허생이 과일을 사재기를 해놓으니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상한 과일이라도 달라며 값을 올렸던 상황처럼 말입니다.
허생은 생활 필수재를 사재기한 것이니 나쁜 행동을 한 것이지만, 현재 한국증시에서 나타난 현상은 투자자들의 성향이 바뀌었기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 개인투자자의 중장기 성향으로의 전환 : 매물 공백 심화
과거 선배 개인투자자의 성향은 매우 단기 투자 성향이 강했습니다. 일주일 이상 보유하는 것을 치욕처럼 생각하는 개인투자자도 많았을 정도이지 다른 설명이 필요 없지요. 그러다 보니 과거 한국증시는 단기 폭등 후 폭락이 수시로 발생하였습니다.
물론, 지금 2021년 개인투자자분들 중에도 상당한 비율이 이런 과거 선배 개인투자자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하게 달라진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중장기 성향의 개인투자자가 크게 늘었단 점입니다. 이는 기관과 외국인의 수십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매도에도 불구하고 증시 매물을 흡수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었습니다.
과거 선배 개인투자자는 1주일 이상 보유하면 치욕처럼 생각했지만, 지금의 개인투자자분들은 1주일 이상 보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지요. 확실히 과거에 비하여 오래 보유하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봄날 새순 막 오른 가지 꺾듯이 5%~10% 수익 만들면 톡톡 수익을 끊는 투자자가 많았지만, 중장기 보유 경향이 강해지니 요즘은 그대로 계속 수익을 타고 가는 투자자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어쩌면 단기/중장기 투자자 비율이 과거와 비슷하다 하더라도, 전 국민이 주식투자자가 되면서 중장기 투자자의 절대 수가 늘면서 증시에 모든 매물을 흡수한 결과물일 것입니다.
▶ 한국증시 멀티플 상향은 자연스러운 수순
주말 사이에 몇몇 한국증시를 대표하는 기업들의 밸류에이션과 비교할 수 있는 미국 기업의 밸류에이션 멀티플을 비교하여보았습니다.
한국의 삼성전자 (KS:005930) PBR 2배, 현대차 PBR 1.0배 수준.
미국의 인텔 PBR 5배, GM PBR 2.1배 수준
그리고 시장 전체적으로 보면
미국 S&P500 1월 22일 자 PBR : 4.26배
한국 코스피 1월 22일 자 PBR : 1.27배
아무리 미국에 성장주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뭔가 너무 일방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으신가요?
그런데 미국증시의 멀티플 상대적 우위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여 년 넘게 이어졌습니다. 아래 표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2009년~2019년 사이 미국증시 PBR은 한국증시 PBR에 비하여 높은 수준에 위치하였습니다.
(아래 도표는 미국증시 PBR에서 한국증시 PBR을 빼준 상대적 수치를 표로 나타낸 자료입니다.)
[미국증시와 한국증시 PBR의 상대 비율 추이, 상대 PBR : (미국 PBR-한국 PBR) ]
그런데 이 추세를 보시면 이전 2000년대에는 하향곡선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한국증시가 미국증시보다 더 높은 밸류에이션 멀티플로 평가받았기에 나타난 현상입니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동학 개미 운동 속에 그 흐름이 역전되는 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즉, 앞서 언급해 드린 몇몇 대표종목들에서 느껴졌던 밸류에이션 멀티플의 상대적 격차는 “너무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는 한국증시 전반에 걸쳐 나타났던 지난 10년간 누적된 결과입니다.
그런데, 현재 한국증시는 중장기 개인투자자의 증가 속에 매물이 증발하였고 이는 대형주뿐만 아니라 모든 종목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매물 증발은 어떤 현상을 만들게 될까요?
바로 한국증시 멀티플의 레벨업입니다.
물론, 과열된 군중심리는 증시를 출렁출렁하게 할 수 있습니다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증시는 달라질 것입니다.
사고 싶어도 매물이 없는 상태. 얼마 전까지 아파트 시장에서 나타났던 현상이 그대로 증시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당연히 주식은 생활 필수재가 아니기에 이런 매물 증발은 도덕적 잣대로 좋다 나쁘다 할 대상이 아닙니다.
어쩌면, 이제 겨우 따뜻한 햇볕이 한국증시에 드리워진 것일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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