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10일 작성된 영문 기사의 번역글)
만약 오늘, 20년에 걸쳐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 장관 자리를 역임한 알리 알 나이미(Ali Al-Naimi)가 2016년 자신의 후임자로 취임한 칼리드 알파리(Khalid Al-Falih)에게 전화를 한다면 다음과 같은 말을 건넬 것이다:
“운이 나빴네, 친구. 당신이 노력은 했지만 시장이 도와주지 않았어.”
알파리는 지난 일요일 3년여간 자리를 유지한 에너지 장관 자리에서 물러났는데 그 역시 전임자인 나이미를 괴롭히던 난관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알파리와 나이미를 괴롭힌 것은 바로 고유가다. 재구성 노력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으로 원유에 의존하는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재정에는 높은 유가가 필수적이다.
84세가 된 나이미와 아직 60을 넘기지 않은 알파리 사이에는 한 세대라는 나이차가 있으나, 둘의 경력은 흡사하다.
우선 둘 모두 명망 높은 미국 대학에서 교육을 받았다 - 나이미는 스탠포드와 컬럼비아, 하버드에 다녔으며 알파리는 텍사스 주립대에 다녔다. 둘 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에서 시작해(나이미는 1947년, 그가 12살이었을 때 '사환'으로 처음 일하기 시작했다) 출세를 거듭하며 세계 원유 산업의 최정상에 올랐다.
그 과정에서 둘은 극과 극으로 다른 모습을 보였다.
나이미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일을 해결하려는 굳은 의지를 보여주었다 - 이런 성향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났던 것은 수익성은 급락하는 유가에도 미국에서 가장 수익성이 낮지만 생산량은 가장 많은 셰일 업체들을 압살하기 위해 증산을 유지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다.
알파리는 업무를 수행했지만...
알파리는 근본적으로 자신의 상사인 모하메드 빈 살만(Mohammed bin Salman) 왕세자의 바람에 따라 움직이는 예스맨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니셜인 MbS로 불리기도 하며, 아버지인 살만 왕의 왕좌 뒤의 '실세'로 평가받는다.
MbS에게 충성을 다하던 알파리가 9월 8일 이른 시간부터 살만 왕의 칙령에 따라 에너지 장관에서 해임되었다는 소식에 놀라움을 표한 이들도 상당하다.
물론 이를 예상하고 있던 이들도 있다 - 바로 1주일 전, 알파리는 장관직과 겸임하던 아람코 사장직에서도 물러났다. 살만 왕이 발표한 새 에너지 장관은 MbS의 형인 압둘아지즈 빈 살만(Abdulaziz bin Salman) 왕자다. 알파리의 경질에 놀랄 만한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그가 시장을 사우디아라비아와 OPEC에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위해서 에너지 장관으로서 가능한 일은 무엇이든지 하려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때로는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때로는 나이미가 떠나면서 변동성이 치솟고 험난해진 시장에서 참담하게 패배했다. 알파리는 취임 즉시 전임자가 세웠던 원하는 만큼 생산하는 정책을 바꿔 OPEC과 러시아 주도의 협력국 사이의 첫 감산 협약을 맺었다. 시장 재균형을 목표로 12월부터 시행된 일일 120만 배럴의 감산안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하지만 수치만 본다면 알파리가 끌어낸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알파리가 취임했던 2016년 3월, 배럴당 $50을 조금 밑돌던 브렌트 유가는 $62를 조금 넘긴 상태다. 3년 사이 약 25% 상승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가예산에 필요한 배럴당 $80보다 밑도는 수준이다.
뉴욕 에너지 헤지 펀드 어게인 캐피털(Again Capital)의 공동 창립자인 존 킬더프(John Kilduff)는 알파리가 겪고 있는 난관을 스포츠에 비유했다:
“야구와 비슷하다. 우리는 1년 내내 패배만 하는 팀을 정말 실력 없는 팀이라고 한다. 하지만 매니저가 해고되는 것은, 전체 팀을 해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알파리가 아무리 시장 재균형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고 해도, 이번 월요일 소위 OPEC+로 불리는 OPEC과 러시아를 위시한 주요 협력국들 사이의 협상 성사를 도운 공로를 인정받은 것은 압둘아지즈 왕자다. 트레이더들은 그가 1995년부터 에너지 부장관의 자리를 지켜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시장에서 AbS로 통하는 사우디아라비의 새로운 에너지 장관(MbS로 불리는 자신의 동생처럼)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책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며, OPEC+ 협상은 유지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AbS에 대한 열렬한 지지
즉시 그에 대한 환호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시카고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Price Futures Group)의 애널리스트이자 원유 상승론자인 필 플린(Phil Flynn)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AbS는 "유가 강세 소식"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이렇게 덧붙였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왕자는 석유 생산 감산을 잘한다. 과거 감산 협의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AbS 취임 소식으로 분위기가 들뜨면서 화요일 오전 아시아 시장의 유가는 6주 고점에 도달했다. 월요일의 2% 상승에 이어 브렌트유가 배럴당 $63에 근접했으며 WTI는 $58를 돌파했다.오랜 시간에 걸쳐 OPEC의 사우디아라비아 대표 자리를 지켜왔으며 감산 협약 성사에 도움을 주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AbS가 시장을 더욱 긴축시키리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OPEC은 8월, 이라크가 OPEC+ 감산 할당량을 크게 뛰어넘고 일일 평균 488만 배럴을 생산해 산유량 기록을 갱신하면서 몇 달 만에 처음으로 기준을 초과했다.
AbS, 능력 입증은 시장과 아람코 상장으로
하지만 목요일에 열릴 OPEC 장관급 공동위원회(JMMC) 회의와 이번 주 유럽중앙은행과 연준이 금리인하를 진행할 것이라는 기대 이후로 AbS라는 브랜드가 원유의 강세 신호가 될 수 있을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살만 왕자 두 형제가 나이미의 임기가 끝나기 전 시작해 알파리의 임기 끝을 넘기도록 계속 진행 중인 아람코의 상장을 어떻게 다룰지에 많은 관심을 보일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19년 안으로 아람코 주식의 1%를 리야드 증권거래소에 상장할 예정이며, 2020년에는 추가적인 1%의 상장을 진행할 것이라고 로이터는 월요일 관계자의 제보를 인용해 보도했다. 뉴욕 또는 런던의 증권거래소를 목표로 삼던 종전의 상장 계획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진 모습이다.
어게인 캐피털의 공동 창립자 킬더프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알파리가 더 오래 남아있었다면 상장 지연에 대한 추가적인 비난을 받아야 했을 것이다. 이제 상장은 왕가에게 넘어갔다. 왕가의 자식이나 마찬가지인 일이 된 것이다.”
--번역: 임예지/Investing.com Korea
--편집: 황성아/Investing.c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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