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18일 작성된 영문 기사의 번역본)
이탈리아의 포퓰리즘 정부는 금 비축분을 팔아 재정 적자를 메꿀 생각에 빠져 있다. 하지만 금 상승론자들이 신경을 쓸 일은 아니다: 곤경에 빠진 금 매도자 한 명마다 금을 매수할 중앙은행이 차고도 넘치게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탈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기본적으로 정치적인 연극이다. 중앙은행이 고통받는 이탈리아인보다는 중국과 프랑스의 정치인들을 위해서 움직이는 것처럼 연출해 중앙은행을 공격하기 좋은 구도를 짜내려는 것이다.
보유중인 금을 팔아 재정 적자를 완전히 메꿀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이탈리아의 금 비축량이 미국과 독일 바로 뒤를 잇기는 하지만, 2조 유로에 달하는 채무의 5%를 가까스로 채울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이탈리아의 재정 상태로는 몇 달을 버티지 못할 액수다.
마테오 살비니(Matteo Salvini) 부총리와 이탈리아 북부동맹이 노리는 것은 부가가치세 인상이나 선거공약을 포기하는 등 지지도를 하락시킬 선택을 내리는 대신, 유럽연합의 재정적자 기준을 위반하지 않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들은 이 제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라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며 금 보유고는 중앙은행이 아닌 이탈리아 국민의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목적이 어떤 것인지와 상관없이, 단 한가지는 확실하다: 중앙은행들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금 순매수자가 될 것이다. 세계 금 협회(World Gold Council)에 의하면 2018년, 전세계의 중앙은행이 사들인 금은 총 651.5톤으로, 2017년에 비하면 74% 늘어난 양이다.
금융 위기 직후 금이 급등한 것이 미국의 재정 및 통화 정책으로 달러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면, 현재의 가장 큰 매력점은 미국 주도의 국제 금융 시스템의 무기화에 대비하는 보험으로서의 의미에 있다.
세계 금 협회에 의하면 작년 첫 10개월 사이 가장 많은 금을 사들인 것은 러시아(451톤)와 터키(153톤)의 중앙은행이다. 둘 모두 미국과의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된 국가다.
유럽중앙은행의 브느와 꾀레(Benoit Coeure)가 금요일, 뉴욕에서 발언한 것과 같이 "주요 금융 시스템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전망은 벌금이나 경제적 제재를 더욱 위협적으로 만든다."
이 견해는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심화되면서 중국이 지난 12월, 2년만에 금 매입에 나서며 1월까지도 매입을 이어갔다는 사실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러시아와는 달리 중국의 외화 보유고는 성장을 멈추었으며, 전체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금을 사들여야 할 이유가 없다.
금이 실패할 염려가 없는 지정학적 안전책이 아닌 것은 사실이다 - 베네수엘라처럼 보유량의 대부분을 미국의 최우방 국가의 수도에 있는, 영란은행 금고에 보관하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망명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외로 금을 반출하는 것 역시 이상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이상의 이유는 달러가 전능하지 않은 세계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은 이들에게 금이 갖는 매력을 줄이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