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들어 12월 첫 주까지 S&P 500지수는 25.5% 상승했다. 경기침체 우려를 감안하면 놀라운 상승폭이라 할 수 있다. 최근 20년 동안 2013년을 제외하면 올해보다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한 사례는 없었다.
2008년 금융위기에 각국 중앙은행들은 과감한 통화 팽창 정책으로 대응했으며 그 결과는 지금 보는 바와 같이 위험자산, 안전자산 구분 없는 자산 가격의 급등이다. 주식과 채권이 동반 상승했듯 주식시장 내에서도 모든 섹터가 하나도 빠짐없이 상승했다.
GICS 기준 11개 섹터 각각을 살펴보면 에너지 섹터와 헬스케어 섹터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하지만, 어려운 업황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플러스 수익률을 유지하는 중이다. 대표적인 에너지 섹터 ETF Energy Select Sector SPDR Fund (XLE)의 금년 수익률은 3.8%이며 바이오 섹터 ETF XLV의 수익률은 15.6%이다.
그렇다면 올해 가장 우수한 수익률을 보인 섹터는 어디일까? 대부분 짐작하다시피 기술주(IT) 섹터이다. S&P 기술주 섹터 ETF Technology Select Sector SPDR Fund (XLK)의 올해 누적수익률은 무려 40.3%이다. 11개 업종 중 S&P 500지수의 수익률을 크게 상회하는 유일한 섹터이기도 하다. XLK의 올해 상승 규모는 51.3% 급등했던 2009년 이후 최대폭이다.
하지만 2009년의 급상승은 그 이전해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XLK가 41.5% 폭락했던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한 측면이 있다. 2009년 이전을 살펴보면 IT 버블이 극으로 치닫던 1999년 한 해 동안 65.1% 상승한 사례가 있다. 시장 상황이 정상적 범주를 벗어났던 1999년과 2009년에 비견된다는 점에서 올해의 IT 섹터 상승이 얼마나 높은 수준인지 짐작할 수 있다.
올해 IT 섹터의 상승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다양한 IT기업들이 고르게 상승했다는 점이며 두 번째는 그런 와중에도 특히 반도체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1999년 IT 버블 당시에는 주로 인터넷 기업들이 증시 상승을 주도했었다. 하지만 올해에는 애플과 같은 하드웨어 제조기업,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 시스코 같은 IT 인프라 기업들이 모두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인터넷 기업들은 엄밀히 말해 이제 더 이상 IT 섹터가 아니지만 범 IT 섹터로 분류할 수 있는 이들 기업 역시 뛰어난 성과를 올린 것은 사실이다. 시장이 특정 기업의 실적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모든 영역에서 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중에서 특히 반도체 기업들의 올해 증시 상승폭은 눈부시다. 반도체 가격의 급락 속에 지난해 어려운 시기를 보냈던 이들 기업들은 반도체 가격 반등에 대한 전망이 우세해지며 올해 주요 섹터 중 가장 탄력적으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 반도체 ETF VanEck Vectors Semiconductor ETF (SMH)와 iShares PHLX Semiconductor ETF (SOXX), SPDR S&P Semiconductor ETF (XSD)의 올해 수익률은 각각 48.2%, 45.9%, 48.0%이다. 이들 반도체 ETF들이 편입하고 있는 주요 기업은 미국 기업 중에서는 인텔, 엔비디아,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이 있으며 해외 기업 중에서는 대만의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와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ASML홀딩스 등이 있다.
이들 반도체 기업에 집중된 ETF를 제외하면 대표 IT 섹터 ETF인 XLK가 IT 섹터 내에서도 가장 우수한 수익률을 얻은 것으로 나타난다.
여기에서 인베스코 사의 기술주 ETF Invesco DWA Technology Momentum ETF (PTF)를 잠깐 주목해보자. PTF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반도체, 통신 등 여러 IT 섹터를 포괄한 종합 IT ETF 중에서 올해 XLK의 수익률을 넘어선 유일한 ETF이다.
PTE는 나스닥의 자회사인 DWA가 개발한 IT 인덱스를 추종하는 ETF이다. XLK에는 70개 기업이 편입되어 있지만 PTE가 추종하는 인덱스에는 43개 기업이 편입되어 있다. 이 둘 사이의 가장 큰 차이는 XLK는 시가총액 비중에 따라 종목들을 편입하지만 PTE는 모멘텀 기준으로 종목들의 편입비중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XLK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비자, 인텔 등 대형 우량주들이 60% 이상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지만 PTE에는 RingCentral, Coupa Soft, Cadence Design System 등 생소한 이름의 중소형 기업들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와 같은 증시 상승기에는 PTE처럼 작고 가벼운 기업을 편입한 ETF의 상승 탄력도가 더 높게 마련이다. 다만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면 모멘텀 전략이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할 것이다.
이익 성장에 대한 기대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내년 역시 IT 섹터가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좋은 섹터를 선택함으로써 좋은 투자 성과를 얻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