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의 몰누피라비르 관련 동향. 출처=회사 발표 종합,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이코노믹리뷰=곽예지 기자] 다국적제약사 머크 (NYSE:MRK)(MSD)社에서 개발 중인 경구용(물과 함께 복용) 코로나19 치료제가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고 있다.
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머크와 리지백 바이오 테라퓨틱스가 이달 초 공동 개발한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의 긍정적인 임상 3상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몰누피라비르는 리보뉴클레오사이드 유사체로 코로나19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하는 경구용 항바이러스 후보물질이다. 이 후보물질은 앞서 코로나19 확진자 사망률 감소와 동시에 변이 바이러스 억제 효과도 확인되면서 기대감이 커졌다.
몰누피라비르는 중증 환자의 입원·사망률을 약 50%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환자 775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 몰누피라비르 투약자 중 29일 내 입원한 환자는 7.3%에 그쳤다. 몰누피라비르를 복용한 환자 가운데 29일 내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반면 위약 투여군은 2배 가량인 14.1%가 입원 또는 사망했다.
머크는 이같은 임상 데이트를 바탕으로 2주 내 미국 시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승인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르면 올해 말 승인이 기대된다. 실제 머크가 3상 결과를 발표한 당일인 지난 1일 주가는 하루 만에 8% 이상 상승했다. 경구용 치료제를 개발 중인 다른 기업 주가 동반 상승세를 기록했다.
앞서 지난해 코로나19 치료용 항바이러스제인 렘데시비르와 항체치료제가 개발됐다. 그러나 주사를 맞으려면 병원에 입원을 해야해 증상이 심한 환자만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또 FDA로부터 유일하게 정식 승인을 받은 코로나19 치료제는 길리어드의 ‘베클루리(렘데시비르)’가 유일하다. 2건의 임상에서 위약 대비 회복 시간 개선을 나타냈지만, 3번째에서는 사망률 감소가 입증되지 않았다. 긴급 사용 승인을 받은 리제네론과 릴리의 항체 코로나 치료제는 입원 및 사망 감소를 입증했지만 약물 모두 정맥(IV) 투여라는 단점이 있다.
먹는 치료제가 개발되면 모든 환자가 감염 초기 치료 대상이 됨에 따라 사망자 수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변이 등 바이러스 확산세를 막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선진국뿐만 아니라 백신 수급 확보가 어렵고 의료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은 개발 도상국에서도 경구용 치료제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경구용 치료제는 코로나19 증상이 시작되고 5일 이내 집에서도 물과 함께 복용이 가능해 편의성이 높다. 병원 포화 상태를 막고 병상 확보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정부가 신속히 긴급사용승인을 내줄 것으로 전망된다. 머크 외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지난달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PF-07321332’에 대한 임상시험 2상과 3상을 시작했다. 스위스 제약사 로슈도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임상 3상에 돌입했다.
키움증권 허혜민 애널리스트는 “선진국은 백신 접종률이 60~70%에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경구용 치료제 옵션으로 백신 접종을 꺼려하는 인구에도 대안이 생기게 됐다”며 “개발도상국에서 백신 조달이 원활하지 않다면 경구용 치료제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영국 외 말레이시아 당국 등이 머크의 경구용 치료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구용 코로나19 주요 개발 현황. 출처=Evaluate,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한국 정부도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선구매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현재 머크와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선구매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먹는 치료제 3만8,000명분에 대한 구매를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 168억원을 확보하고 내년 예산 194억원을 책정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은 제품은 총 22개다. 이 가운데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제품은 14개, 임상시험을 종료한 제품은 8개다. 제형별로는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7개, 흡입제 1개, 주사제 10개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