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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도 재고 쌓여간다…환차손·인건비까지 '3중 한파'에 몸살

입력: 2018- 11- 30- 오전 02:58
대기업도 재고 쌓여간다…환차손·인건비까지 '3중 한파'에 몸살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기업들의 재고가 사상 최대로 쌓이고 있다. 만들어 놓은 물건이 잘 안 팔린다는 얘기다. 국내 경기 둔화에 영향을 받는 내수 기업뿐 아니라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 대기업마저 매출보다 재고 자산이 빠르게 늘면서 실적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쌓여가는 재고에 공장 가동 줄어

한국경제신문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매출 상위 20개 상장사(금융·지주사 제외)의 최근 3년 분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올해 3분기 재고 자산은 108조7964억원으로, 지난 2분기(105조3008억원)에 이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작년 3분기 104조원대로 늘어난 재고 자산은 4분기 97조원대로 줄었으나 올 들어 다시 100조원을 넘어서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고 자산 증가는 제품이 잘 안 팔린다는 신호”라며 “경기 둔화와 함께 쇠퇴 업종에 치우친 국내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 등으로 기업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고는 매출이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문제는 매출보다 재고가 더 빠르게 늘어날 때다. 20개 주요 기업의 매출은 2016년 1분기 203조4906억원에서 올해 3분기 252조1139억원으로 23.9% 늘었다. 이 기간 재고 자산은 2016년 1분기 82조9534억원에서 31.2% 늘어 매출 증가율을 크게 앞섰다. 지난해 말 대비 올해 3분기 재고 자산 증가율도 11.2%로 같은 기간 매출 증가율 5.3%보다 높았다. 홍춘욱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금까지 내수는 안 좋아도 수출은 좋았는데, 수출 대기업마저 실적 개선세가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2년 넘게 반도체 호황을 누렸던 SK하이닉스도 올 3분기 재고 자산이 3조6867억원으로 1년 전(2조4240억원)보다 44%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 증가율은 27%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매출 증가 속도가 더 빨랐다. 하지만 재고 자산이 작년 4분기 2조6404억원에서 올해 1분기 3조1031억원으로 껑충 뛰었고, 2분기에도 3조3678억원으로 가파르게 늘면서 매출 증가 속도를 추월했다. 스마트폰과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둔화된 탓이다.

재고가 늘면서 기업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재고를 줄이기 위해 판매 가격을 내리고, 공장 가동률을 낮춰 생산량을 줄이는 과정에서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가동률 하락은 기업의 고정비 부담을 늘리는 요인이 된다. 매출 상위 20개사의 평균 가동률은 지난 1분기 90.8%에서 2분기 89.9%, 3분기 89.8%로 낮아지는 추세다.

환차손과 인건비 부담은 커져

물건은 안 팔리는데 환차손과 인건비 부담은 커지고 있다. 현대차의 3분기 외화환산손실은 1596억원으로, 작년 1분기 이후 가장 컸다. 신흥국 주요 시장인 브라질, 터키 등의 통화 가치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극심한 환율 변동에 LG화학도 3분기 외화환산손실이 1187억원으로 2012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LG전자, 이마트 등은 인건비가 급증했다. 이마트의 지난 3분기 인건비는 4221억원으로 전분기(3770억원)보다 12.0% 증가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전반적인 임금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대차도 3분기 인건비가 2조2881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7.0% 늘었고, 기아차와 LG전자도 각각 전분기보다 6.5%와 3.5%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선제적인 구조조정으로 과잉 설비를 해소하는 한편 기업 활력을 높이기 위해 규제 완화 등 개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세계적으로 경기가 둔화되고 있고, 자동차와 대형마트 등 일부 업종은 구조적으로 수요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가동률은 1분기 97.3%에서 3분기 100.4%로 늘었다. 유럽과 남미 공장 덕분이다. 하지만 실상은 이보다 열악하다는 분석이다. 최대 규모인 중국 합작법인의 가동률이 분기보고서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의 중국 공장 가동률은 50% 수준”이라며 “내연기관차 수요는 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과잉생산시설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근호/김동현/노유정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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