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김한 JB금융그룹 회장이 3연임을 스스로 포기했다. 이웅렬 코오롱 그룹 회장의 사퇴에 버금가는 사건으로 금융권에선 받아들인다. 이에 뉴스핌은 김 회장의 지난 8년 경영을 되짚어보고, 김 회장 없는 JB금융그룹의 앞날도 전망하는 기획을 준비했다.
[서울=뉴스핌] 류태준 기자 = 김한 JB금융그룹 회장이 은행장을 맡기 직전인 지난 2009년 전북은행의 자산은 7조2309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9월말 JB금융그룹의 총자산은 47조1691억원에 이른다. 김 회장이 앞장서서 8년간 40조원이나 늘린 셈이다.
지난 2013년 JB금융그룹 선포식에 참석한 김한 JB금융그룹 회장(왼쪽에서 3번째) |
김 회장은 다시 해외로 눈을 돌렸다. 캄보디아, 미얀마를 비롯한 해외 진출은 장기적으로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수익원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JB금융그룹은 지난 2016년 캄보디아 현지 10위권 은행인 프놈펜상업은행(PPCBank)을 인수했다. 프놈펜상업은행은 인수한지 1년만에 연 100억원 대의 순익을 달성했다. 올해에도 상반기에만 78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JB우리캐피탈이 미얀마에 법인을 설립했다.
김 회장은 앞서 "2020년까지 JB금융그룹 이익의 50%를 수도권에서, 20%를 해외에서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JB금융 관계자는 "향후 수도권 추가 점포설치도 전략적으로 판단해 필요하다면 좀 더 늘릴 것이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동남아시아 다른 나라에도 지속적으로 진출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 비은행사업 강화 "M&A는 시너지 원칙, 이종산업 제휴로 도전 지속"
김 회장의 사업 다각화 원칙은 '시너지'다. 인수합병(M&A)를 비롯해 이종산업 기업과 제휴까지 포함된다. 지난 2011년 우리캐피탈(현 JB우리캐피탈)을 시작으로 2014년 더커자산운용(현 JB자산운용)과 광주은행, 2016년 프놈펜상업은행(PPCB)를 잇따라 인수한 목적도 같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함은 물론 대내외 불확실한 변수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내겠다는 장기 전략하에 움직여왔다.
김 회장은 그룹차원의 안정적인 자회사 포트폴리오를 갖춰나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후의 인수합병 역시 같은 원칙 안에서 움직인다는 생각이다.
올해는 그룹 경영의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목표가 우선이다. 광주은행을 완전자회사로 만들고 내실경영 기조를 이어왔다. 전사적으로 안정적인 자산건전성 유지와 수익 극대화를 통하여 내부적으로 계획한 자본적정성 비율을 달성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인수합병 외에도 다른 산업 기업과 제휴도 적극적으로 확대해왔다. 신세계그룹과 손잡고 SSG Pay 카드를 내놓고,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JB금융그룹의 '코어뱅킹' 전산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JB금융 관계자는 "향후 비은행 M&A는 물론 소액송금업 같은 핀테크 기업 등에도 제휴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통적인 은행 영역을 넘은 도전이 계속 될 것임을 시사한 것.
◆ 선제적 디지털화 "내부 프로세스 개편부터 해외 플랫폼 결합까지"
김 회장은 2018년 올해를 디지털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JB금융 그룹의 디지털화 정체성을 '핀테크 은행'으로 표현할 정도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은행이 대형 시중은행과 같이 대규모 IT회사, 빅데이터 회사로 표방해서는 그들을 따라가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예 기존 개념과 다른 패러다임의 상품, 서비스를 만들어야 그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기본 가정하에 계열사의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회장의 디지털 철학은 내부 개혁을 동반한다. AI 등 신기술의 도입은 기존 프로세스를 과감하게 없애거나 줄이는 대폭적인 혁신이 함께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전북은행이 블록체인 기반 로그인 서비스를 구현하고, 2017년 광주은행이 전면적으로 온라인 신용대출을 도입할 때도 내부 개편이 이뤄졌다. 대출의 경우 몇 시간 소요되던 영업점과 본점의 심사, 승인 등의 프로세스가 장애물이 된다는 생각에 1년 동안 연구를 거쳐 올해는 신청 즉시 승인으로 개선하는데 성공했다.
외부적으로도 Obank 오픈뱅킹플랫폼을 전북, 광주은행 뿐 아니라 캄보디아 PPCB에도 구축해 '디지털금융그룹'을 완성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2015년부터 핀테크 경진대회를 열어 협업해온 기존 기업 외에도 P2P대출과 소액해외송금 등으로 떠오르는 핀테크 업체에게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캄보디아 현지 비금융 기업과 제휴에도 유용하다.JB금융 관계자는 "기존 금융회사들의 글로벌 영업 확대와는 다르게 디지털 금융 기술력을 통한 글로벌 진출에 의의를 두고 있다"고 말해 디지털 전환의 영역이 국내에 머물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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