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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지방으로 편입시켜달라"…덩어리 규제에 멍든 수도권의 아우성

입력: 2019년 01월 05일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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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uters.

매년 ‘0순위’ 개혁 대상인수도권 규제

송호근 와이지원 회장은 “2011년 충주에 세운 공장에서 아직도 필요인력 450명 중 100명을 못 채우고 있다”며 “지방에서는 인재를 구하기가 어려운데 수도권은 규제로 꽁꽁 막혀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규제는 매년 ‘영(0)순위’ 개혁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기업 투자를 어렵게 만들고 해외로 내몰아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수도권 지역은 지방보다 낙후돼 있고, 지역균형발전 효과 역시 보지 못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수도권에서는 “이렇게 규제로 옥죌 바엔 수도권에서 빼달라”는 지역이 나오고 있다. 경기 연천군이 대표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연천군은 수도권 규제에 더해 군사 관련 규제까지 받으면서 강원 횡성군보다 낙후됐다. 임상진 연천군 규제개혁팀장은 “산업단지가 아예 군에 들어올 수 없을 정도로 규제가 심하다”며 “주민들이 차라리 강원도에 편입해달라고 요구한다”고 전했다.

다른 수도권 낙후지역의 하소연도 비슷하다. 여주시 관계자는 “수도권 규제 때문에 시에 4년제 대학이 하나도 없다”며 “웬만한 지방보다 낙후돼 있다 보니 시골에서나 생기는 초·중·고교 폐교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강화군과 옹진군도 수도권 규제의 대표적 피해지역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해 5월 ‘수도권 규제 대상에서 강화·옹진은 제외해 달라’는 내용의 정책 제언집을 냈다. 강화군 내 유일한 산업단지인 강화산단은 2011년 분양 개시 후 7년 만인 작년에야 마감됐다. 시행사인 인천상공강화산단(주)의 성홍용 사업본부장은 “지방 산단에 적용해주는 취득세 법인세 등 세제 혜택이 수도권이란 이유로 강화산단에만 없다”며 “기업 입주를 독려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학 못 들어오는 테크노밸리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해 8월 ‘2018 벤처서머포럼’ 기조강연에서 판교 테크노밸리의 산·학·연 연계 기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실리콘밸리, 중국 중관춘과 달리 판교 테크노밸리에는 대학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판교 테크노밸리 조성 당시 관심을 보인 국내 유수의 대학들이 있었지만 수도권 규제 등에 가로막혀 판교에 캠퍼스를 세우지 못했다.

정부와 SK하이닉스가 경기 용인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짓는 방안을 협의 중이지만 이 역시 수도권 규제를 적용받을 수밖에 없다. 수도권 총량제 때문이다.

각종 규제로 일부 수도권 지역은 지방보다도 낙후돼 있다. 사진은 세제 혜택이 없어 분양에 어려움을 겪은 인천 강화일반산업단지.

경기도는 공업용지 공급과 관련해 국토교통부 산하 수도권정비위원회로부터 특별물량을 허가받아야 한다. SK하이닉스가 추진하는 반도체 클러스터가 총 120조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사업이어서다. SK하이닉스가 2015년 이천 본사에 준공한 M14 공장도 각종 규제 때문에 공장 증설 신청 후 완성까지 7년이 걸렸다.

기업 해외로 내모는 수도권 규제

수도권 규제는 기업을 해외로 내몰거나 투자를 포기하도록 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효과는 오히려 적다는 것이다.

여당에서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위원장은 국정기획자문위원장 시절이던 2017년 6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첨단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를 고용해야 경쟁력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지방으로 안 오니 할 수 없이 중국 상하이로 간다”며 “첨단산업이 외국으로 가게 내버려둘 순 없다. 수도권에서 사업을 하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방 반발을 의식해 문재인 정부 출범 때 국정과제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를 제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화=임도원/인천=김일규/성수영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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