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6월22일 (로이터) - 영국 중앙은행 영란은행이 21일(현지시간) 시장 예상대로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다만 예상과 달리 앤디 할데인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금리 인상에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나, 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시장의 예상에 힘이 실렸다.
아울러 이날 영란은행은 양적완화를 통해 보유하게 된 4350억파운드(5740억달러) 규모의 국채 매각을 금리가 약 1.5%에 도달할 경우 시작할 수 있다는 새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시기가 종전에 제시된 2%에서 앞당겨졌다.
이 소식으로 영국의 단기물 국채 수익률이 상승했다. 파운드/달러도 0.5센트 이상 올랐다.
로이드의 제이본 롤레이 이코노미스트는 "다음 금리 인상 시기는 시장의 예상과 약간 어긋난 것으로 보인다"며 "할데인 이코노미스트가 당장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쪽으로 급격히 입장을 바꿔 8월 금리 인상이 유력해졌다"고 말했다.
이날 통화정책위원회(MPC)는 찬성 6명, 반대 3명으로 정책금리를 0.5%로 동결했다. 7명의 위원이 찬성할 것이란 시장의 예상보다 찬성표가 적었다.
영란은행은 지난해 11월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아울러 올해 5월 추가 인상을 계획했다. 그러나 폭설의 영향으로 올해 초부터 3월까지 경기가 둔화되자, 계획은 철회됐다.
로이터 설문에 따르면, 영란은행의 발표 전까지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는 올 8월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장은 금리 인상 확률을 50% 미만으로 봤고, 일반인 대다수는 올해 금리 인상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제이슨 심슨 애널리스트는 현재 금리선물시장의 가격이 8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3분의 2로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3월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할 예정인 영국은 미국보다 훨씬 신중하게 긴축 정책을 펴고자 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올해 총 4회 금리 인상, 내년 3회 금리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이날 MPC는 영국의 경제 약세가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라는 판단이 "대체로 맞아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란은행도 영국의 2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0.4%로 유지한다고 확인했다. 0.4%는 BOE가 지속가능하다고 판단하는 성장률의 수준이다.
아울러 BOE는 가계지출과 심리가 크게 반등했으며, 지난 4월 공장 생산이 급격히 줄어든 것은 1분기 폭설로 기업들의 재고가 쌓인 여파라고 말했다.
실업률이 지난 1975년 이후 최저 수준인 점을 두고 영란은행은 경제가 완전가동상태에 근접했다고 말했다. 또한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 금리 인상은 향후 2~3년 동안 점진적이고 제한적인 기조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를 0.75%까지 올리는 안에는 홀데인 이코노미스트와 마이클 손더스, 이안 맥카퍼티 정책위원이 투표했다. 이들은 최근의 임금 합의, 인력 수요 강세로 임금 상승률이 영란은행의 예상보다 높을 가능성이 커졌다며 기다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사무엘 툼즈는 "MPC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복적으로 말해왔다"라며 "경제 지표가 예상 수준을 나타내지 못할 경우 그 기대감은 실망으로 바뀔 것이다. 경제 지표가 8월 금리 인상을 정당화하는지 살펴보는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영국은 G7(주요 7개국) 회원국 중 가장 더딘 성장세를 나타냈다. 브렉시트를 앞둔 상황에서 기업들이 투자를 자제했고, 브렉시트 결정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자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었기 때문이다.
영국의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11월 3.1%로 5년래 최고치를 나타낸 후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둔화했다. 다만 이날 영란은행은 파운드 약세와 고유가로 인플레이션의 단기적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편집 박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