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지난 1분기 각 시장에서 공격적인 할인 전략으로 전년 대비 차 판매량은 늘렸지만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마진을 일부 포기하는 대신 차 판매량을 늘리고 고객들에게 유료 소프트웨어(SW)을 판매해 수익을 늘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테슬라의 전기차 4종. 출처=테슬라 코리아
2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36억300만달러) 대비 26.1% 감소한 26억64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매출액은 작년 1분기 187억5600만달러에서 올 1분기에는 233억2900만 달러로 24.4% 증가했다. 모델3, 모델Y 등 전기차 판매량은 작년 1분기의 31만48대에서 올 1분기에는 42만2875대로 36.4% 늘어났다.
테슬라는 미국에서 모델3의 가격을 지난 1월과 2월 두 차례 인하했다. 이어 이 달 한 차례 더 인하함에 따라 이날 현재 최저가 등급모델(트림)인 스탠다드 레인지 RWD는 3만9900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또 다른 인기 차량인 모델Y의 가격도 같은 시점에 낮춰 현재 최저 4만6990달러에 내놓았다. 테슬라의 미국 외 거대시장인 중국에서도 지난 1월 모델별로 약 10%씩 인하했다.
테슬라가 전기차 가격을 낮춘 첫 번째 이유는 판매실적을 늘리기 위해서다. 최근 전기차 시장에서는 고금리 기조로 소비자의 완성차 구매 부담이 커지면서 차량 판매가를 낮추는 것이 주요 전략으로 떠올랐다. 테슬라의 경우 차량을 100% 온라인 판매하고 있어 차량 판매업자(딜러)에 구애받지 않는 점은 유연한 가격전략을 구사하는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NASDAQ:TSLA)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인베스터 데이 행사에서 “더 많은 물량과 제품을 갖추는 것이 적은 물량으로 마진을 늘리는 것보다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테슬라 차량의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할 때 차량 화면에 표시되는 장면. 출처=테슬라
SW 구독판매…타사 고객에게도 충전기 개방
테슬라가 수익성 저하를 감수하며 박리다매 전략에 나선 것은 차량 출고 후 거둘 수 있는 부가수익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테슬라는 페달이나 매트 등 차량용품 뿐 아니라, 고객에게 신규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SW를 구독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테슬라는 현재 미국에서 교통표지판 인식 크루즈컨트롤, 차선유지보조, 차선자동변경, 원격이동 등 기능을 지원하는 오토파일럿 시스템을 월 199달러(약 26만원)에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고객이 해당 상품을 구독할 때만 기능이 작동하는 방식으로 서비스가 이뤄진다. 한국에서는 구독 서비스 없이 차량 최초 구매시 452만2000원(향상된 오토파일럿 기준)을 추가하면 기능을 계속 이용할 수 있다.
테슬라가 고객의 충전편의를 강화하는 동시에 차량 판매실적을 늘리려는 취지로 확충하고 있는 수퍼차저도 차량 출고 후에 발생하는 수익 중 하나다. 슈퍼차저는 테슬라의 급속충전기 명칭이다. 국내 수퍼차저의 충전요금은 충전속도를 기준으로 120㎾(V2) 충전기는 1㎾h당 346원, 250㎾(V3) 충전기는 분당 423원씩 책정됐다. 사용자가 지불한 충전요금은 테슬라의 매출에 반영된다.
테슬라는 이밖에 내비게이션, 실시간교통정보, 위성지도, 영상·음악 등 서비스를 담은 커넥티비티 패키지를 구독상품으로 판매해 수익을 거두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월 7900원에 커넥티비티 패키지를 제공하는 중이다.
테슬라의 급속충전기 슈퍼차저로 차량을 충전하는 모습. 출처=테슬라
SW·충전매출 비중은 아직 불분명…“차팔면 부가수익 따른다”
테슬라가 지난 분기에 기록한 영업이익 감소를 상쇄할 정도로 SW, 충전 등 분야의 수익이 유의미하게 발생했는지 확인하기는 아직 어렵다. 테슬라는 부가 수익원의 항목별 매출을 실적 발표자료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독일 베를린, 미국 텍사스 등지에 준공한 기가팩토리를 가동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관련 투자비가 여전히 재무실적에 반영돼 수익성이 낮아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테슬라가 중고차 판매, 충전 등을 통해 거둔 수익인 ‘서비스 및 기타 매출(sevice and other revenue)’의 경우 지난 분기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다만 이 중 충전 사업의 매출 기여도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테슬라는 차량 판매가 활성화 될수록 SW와 충전 등 부가 수익원에서 거두는 수익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슈퍼차저를 타 브랜드 고객에게도 개방한 것도 수익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시작했다.
테슬라는 “차량 생애주기에 걸쳐 자동화, 슈퍼차저, 커넥티비티, 서비스 등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을 고려해 가격 전략을 펼쳤다”며 “테슬라는 생산을 빠르게 늘리고 자동화와 차량 SW 등 부문에 투자하는데 (사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