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스탁데일리=박남숙 기자]
CES2023 정기선사장 HD현대 프레스컨퍼런스 기조연설 사진=뉴스1
HD현대그룹(옛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자회사 현대삼호중공업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3일, 한국조선해양은 IMM PE의 투자목적법인(SPC) 트리톤1호 유한회사가 보유한 현대삼호중공업 주식 464만 7201주(15.15%)를 4097억 원에 매수한다고 공시했다. 매수 주식의 1주당 가격은 8만 8157원이다. 대금은 현금 2667억 원과 일부 현대중공업 주식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한국조선해양이 5년 전 ‘상장 전 투자유치(Pre IPO)’ 형태로 지분을 매입한 사모펀드 운영사인 IMM PE가 보유한 현대삼호중공업 지분 15%를 되사기로 한 것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주식 시장 침체로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고 판단해 상장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이번 주식 취득으로 한국조선해양의 현대삼호중공업 지분은 80%에서 96%로 늘었다.
이에 주식시장에서 한국조선해양은 자회사의 상장 의무 해소를 호재로 반등했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모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이 현대삼호중공업 상장을 철회하는 과정에서 매수 자금으로 1430억원 규모의 현대중공업 주식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하락했다.
ISD기업정책연구원 김종효 전문위원은 조선업을 둘러싼 다양한 변수를 점검하면서 대표주인 현대중공업의 주가 회복 가능성과 전망 그리고 향후 투자전략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 운반선. 제공: 한국조선해양 (KS:009540)
◇ 현대삼호중공업 상장 철회 이슈는 단발성 이벤트..향후 변동성 수렴
전체적인 지배 구조를 보면 현대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의 중간 지주 회사로 전체적인 종목군을 품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의 상장 이슈로 현대중공업에도 긍정적인 모멘텀이 있었는데, 상장이 철회되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았던 한국조선해양은 상승하고 현대중공업은 전체 기업 가치에 큰 영향이 없음에도 주가 조정을 받는 기현상을 보였다.
김종효 ISD기업정책연구원 전문위원은 "현대삼호중공업의 상장과 관련해 구주 매출이 워낙 많아 신규 자금 조달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측면에서 상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이벤트만으로 두 종목의 주가가 움직인 것이라면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며 "이벤트에 따른 주가 변동성은 시간이 지나면 수렴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출처=네이버 증권
◇ 조선주, 전체 수주와 건조량 감소 추세
지금은 조선업에 관련해 본질적인 수주와 거시환경을 따져 보는게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최근 조선업계에서는 여러 가지 선종 중 비교적 사이즈가 큰 선종의 탱커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그리고 경기 침체로 교역량 자체가 둔화되면서 물동량이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주 측면에서도 2022년 정점을 찍고 서서히 줄고 있는 양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유를 싣고 다니는 탱커의 추이는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이 거의 대부분 담당하고 있는 사이즈가 큰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나 세이즈 막스 정도 크기의 물량은 탱커 성장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그나마 조선 시장을 버티게 만든 것이 FLNG(Floating LNG)와 탱커임에도 국제 유가는 하향 안정화되고 있다는 점과 천연가스 가격이 지역을 가리지 않고 급락세라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국내 조선사의 전체 수주와 건조량을 보면, 작년 동기 누계로 거의 바닥 양상으로 향후 경기가 되살아나고 노후 선박을 빠르게 교체하는 등의 신규 수요가 대량으로 발생하기 이전에는 추가적인 수주를 거두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조선3사의 도크는 가득 차 있는 상황이다. 일단 수주한 것을 만들어내서 그것을 밖으로 내보내야 다음 선종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전체 수주량을 크게 늘려가기 어려운 상황으로 올해 조선주를 공격적으로 바라볼 만한 요소가 적다는 분석이다.
다만 현대중공업의 경우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엔진사업부를 갖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요인이다. 현대중공업 엔진 사업부가 현대중공업이나 현대삼호중공업에 엔진을 납품할 것이기 때문에 나머지 회사들은 여기서 받아야 되는 상황으로 현대중공업은 자체 사업부를 갖고 있어 시장과 가격의 변동에도 이익이 늘어날 수 있는 구조다.
이런 측면에서 다른 조선 회사보다 원가를 조금 더 조절할 수 있다라는 측면에서 전체 업황이 둔화에도 상대적으로 수익성을 지켜갈 수 있는 업종 대표주로 꼽힌다.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 전경. 사진=한국조선해양 제공
◇ 신규 수주 기대보다 1분기 실적 확인 후 투자 적절
현대중공업에 대해서는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의 값이 과거 평균값 대비 높은 위치에 있다는 분석이다. 여전히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PBR이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ROE를 끌어올려야 된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국내 조선3사가 과거 저가수주가 실적으로 돌아오는 구간에서 마진율이 좋지 않았는데 올해부터는 과거 저가 수주 대부분이 물량으로 나가면서 제대로 수주된 물량이 실적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종효 전문위원은 "현대중공업이 얼만큼 제대로 된 수주를 했고 원가 관리를 해 ROE를 끌어올리느냐에 따라 현재의 주가가 여전히 버틸 만한 주가인지 가늠이 될 것"이라며 "현대중공업의 주가를 결정하는 올해 최대 요소는 1분기에 과연 얼마만큼의 수익성을 유지하는지가 관건"이라고 판단했다.
조선주에 대해서는 지금 투자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최근 조선업은 작년부터 계속 어려운 환경으로 시장에서 각광받지 못하고 있고 투자자들은 강한 모멘텀에 대한 기대를 3년째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적어도 ROE가 15%~20% 정도 나온다는 사실이 1분기부터는 확인되야 한다"며 "늦어도 2분기까지는 ROE가 확실하게 돌아서는 것이 확인돼야 현재의 주가가 그대로 용인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조선주 접근은 지금보다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주변 동향을 복합적으로 살피며 접근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전략이다.
이어 "최근 신규 수주와 관련된 쪽에 너무 집중하기 보다는 가장 기본 요소라고 볼 수 있는 신조선가와 각 회사의 마진율 ROE가 얼만큼 확보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남숙 기자 pns@infostoc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