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월23일 (로이터) 이지훈 기자 - 세계 각지에서 백신 접종이 속속 시작되면서 경제 정상화 기대가 높아진 가운데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그동안 각광을 받았던 이른바 언택트 종목 등 성장주 주가가 특히 급락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정상화되면 성장률이 높아지는 것은 기업 실적 전반에 호재지만, 그동안 실적에 비해 가격이 급등한 이들 판데믹 수혜 종목들은 차익 실현의 주 대상이 되고 있다.
▲ 금리 급등에 언택트 종목에 차익 매도 집중
서울 주식시장에서 인터넷, 바이오, 배터리 등 이른바 성장주로 꼽히는 종목들이 급락하고 있다. 특히 이들 종목으로 구성된 한국거래소 BBIG K-뉴딜지수는 전날 2.9% 급락한 데 이어 23일에도 장중 최대 1.9% 하락했다. 해당 지수는 5거래일째 하락세다.
종목별로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을 앞두고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네이버 035420.KS 와 카카오 035720.KS 주가가 사상 최고치에서 최대 7%와 8%나 하락했다.
제약 업종의 셀트리온 068270.KS , 삼성바이오로직스 207940.KS 주가는 이번 주 들어 현재까지 5%대와 4%대 하락했고, 테슬라 (NASDAQ:TSLA) 주가 급락 재료까지 겹친 배터리 대표주 LG화학 051910.KS , 삼성SDI 006400.KS 주가도 5%대와 8%대 하락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수혜 종목이라면서 코스피 상승을 이끈 주요 종목들이 이제 코스피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코스피가 연간 기준 30.8% 상승하면서 주요국 증시보다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할 수 있었던 데는 비대면 중심의 코로나19 수혜 업종 효과가 컸다.
대표적으로는 인터넷 업종의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가 작년 한 해 동안 56.8%, 153.7% 상승했고,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도 백신 및 치료제 기대 속에 각각 102%, 90.8% 상승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인플레이션 압력은 미국 장기물을 중심으로 채권시장 약세를 견인하고 있는데, 이러한 흐름은 글로벌 증시 비중이 높은 기술주들의 밸류에이션에 부담이 되고 있다"면서 "특히 IT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는 금리 흐름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 금리 상승보다 속도가 충격
시장전문가들은 최근 시장의 동요는 금리 상승 자체보다는 상승 속도가 주요인으로 작용했다면서 속도가 완만해지고 투자자들이 상승세에 적응하면서 주가도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최근 가파른 금리 상승 속도를 두고 "인플레이션 기대가 올라온 점도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1.9조달러 부양책에 추가적으로 3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까지 나오면서 (채권) 수급 불확실성이 함께 작용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리 급등으로 할인율이 상승하는 속도가 부담스러울 뿐, 기업이익 정체는 나타나지 않아 본격적인 코스피 조정의 단초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방향성은 올바른 방향이기 때문에 불확실성만 경감된다면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위원도 "미국 물가 상승압력이 컸던 2011년, 2017년 당시에도 글로벌 증시와 코스피 상승 추세는 지속됐고, 상승 탄력은 강해졌다"면서 금리 상승과 경제 성장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결국 펀더멘털 동력이 강화되고,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 유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경민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2분기 경제 성장률이 미국 10.8%, 유로존 13.1%, 아시아 12.0% 등으로 전망되고 있어 물가, 금리 상승을 압도하는 성장 동력이 유입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편집 유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