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최온정 기자 = 미국이 한국 정부에 대해 이달 23일까지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라고 요구한 가운데, 정부가 오는 25일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미국측이 23일까지 입장 표명을 요구했지만, 이를 넘기는 이유는 23일과 24일 이틀에 걸쳐 기획재정부 종합 국정감사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야당의 공세가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소나기는 피해 가겠다는 것.
◆ '데드라인 23일' 넘겨…국정감사 '소나기' 피하자?
21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10월 중 대외경제장관(대경장) 회의를 열고 관련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까지는 기재부 종합 국정감사(23~24일)가 끝난 다음날인 25일이 가장 유력하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농민의 길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부는 농민의 요구에 답하라! 농산물 가격 폭락 대책 마련! 주요 농산물 공공수급제 실시! WTO 개도국 지위 유지!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19.10.07 alwaysame@newspim.com |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23일 이른바 '데드라인'으로 제시했지만, 정부가 이를 넘기면서까지 늑장을 부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홍남기 부총리가 귀국(21일)한 이후 적절한 시기에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서 선언하겠다는 취지이나 속내는 기재부 국정감사(23~24일)를 끝내고 발표하겠다는 의도다. 국정감사 이전에 '포기' 선언을 할 경우 예상되는 야당측의 화살을 피하겠다는 것.
기재부가 이 같은 꼼수를 부리자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다급해졌다. 혹시나 데드라인을 어긴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해 질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업부는 지난달까지만해도 "개도국 지위를 포기할 거라면 굳이 미국측이 요구한 날짜를 넘길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 다급해진 유명희 통상본부장 미국 급파…USTR에 한국 사정 설명
상황이 다급해지자 유명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1일 미국을 급히 방문하기 위해 출국했다. 오는 24일까지 무역대표부(USTR) 등 관계기관을 찾아 입장 표명이 늦어진 한국측의 사정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26일 중국과 브라질, 인도 등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를 언급하며 WTO 개도국 지위를 내려놓으라고 압박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결정 시한을 '90일 이내'(10월 23일)로 제시했었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브라질과 대만,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도 WTO 협정 가운데 농업 분야에서만 개도국 특혜를 받고 있어 상대적으로 영향이 크지 않지만 개도국 지위 포기를 선언할 경우 농민단체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이를 의식한 농림축산식품부는 신중한 모습이나, 산업부는 더 이상 개도국 지위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다. 경제부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기재부도 국정감사가 끝나지 않은 만큼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위 포기 여부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포기한다고 해도 포기 방법이나 수준 등 여러가지 결정할 것들이 있어 섣불리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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