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정보기술(IT), 화학, 철강, 화장품 등 중국 수요가 큰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롯데케미칼은 1만1000원(4.11%) 내린 25만6500원에 마감했다. 아모레퍼시픽(-4.37%) SK케미칼(-3.76%) 삼성전기(-2.13%) 삼성전자(-0.40%) 등 중국에 상품을 파는 기업의 주가가 대부분 약세였다. 포스코는 이날 0.84% 올랐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격화된 작년 6월 이후 주가가 29.6% 떨어졌다.
중국 경기 둔화는 한국 경제와 기업에 치명적이다. 중국 내 수요가 한국 기업의 실적을 떠받치는 버팀목이 돼왔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해 11월까지 누적으로 중국에 1503억달러어치 상품을 수출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출(5570억달러)의 27%에 해당한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세계의 공장으로 통하는 중국의 올해 수출이 작년보다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 기업에 대한 실적 우려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IT와 화학, 철강 등 중국 덕에 호황을 누렸던 기업들의 실적 눈높이는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3개월 전만 해도 63조8287억원에 달했지만, 지금은 49조7755억원으로 낮아졌다. 미국 클라우드 업체들의 서버 투자 감소와 중국 수요 둔화가 영향을 미쳤다.
롯데케미칼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2조1866억원으로 3개월 전보다 12% 줄었고, 아모레퍼시픽은 6198억원으로 20.4% 감소했다.
그동안 중국에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면 중국 정부가 대규모 부양책을 시행하면서 한국 기업도 수혜를 얻었지만, 올해는 그마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기업과 가계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06%에 달하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당장의 경기 부양보다 부채 감소를 통한 장기적인 경기 안정을 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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